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2025-01-27 15:56:27
여야 정치권이 여론조사 신뢰도를 둘러싼 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엇갈린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가 또 나왔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정반대 결과를 보인 이번 조사에서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10% 안팎으로 조사됐다. 각 정당의 적극 지지층만 여론조사에 응하면서 조사 기관에 따라 지지율이 크게 엇갈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3∼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8.7%, 이하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45.4%,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1.7%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일주일 전 조사와 비교해 1.1%포인트(P) 하락했고, 민주당은 2.7%P 올랐다. 리얼미터는 “5주 연속 지속됐던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과 민주당 지지율 하락이 모두 멈췄다”고 설명했다.
반면 여론조사 꽃이 지난 23~25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통신 3사 무선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방식, 포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8.3%)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37.8%, 민주당 지지율이 45.2%였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두 여론조사의 결과가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인 데 대해선 ‘기관 효과’와 ‘여론조사 방식’ 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조사의 응답자(가중치 적용 전) 이념성향 분포를 보면 리얼미터의 경우 1002명 가운데 보수층 335명(33.4%), 중도층 362명(36.1%), 진보층 243명(24.2%)이었다. 반면 여론조사 꽃은 1004명 가운데 보수층 308명(30.7%), 중도층 350명(34.9%), 진보층 266명(26.5%)이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보수층과 중도층이 여론조사 꽃보다 많았고 진보층 비율은 그 반대였다. 두 조사 모두 무당층 비율은 매우 낮았다. 리얼미터는 지지정당 없음, 모름, 무당층이 10.8%였고 여론조사 꽃은 무당층, 모름이 9.4%였다. 일반적으로 정치권에서 전체 유권자 가운데 30% 안팎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으로 분류하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들 무당층 다수가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자동응답 방식의 조사에서 무당층 규모가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갤럽은 최근 보고서에서 “자동응답(ARS) 방식 조사 결과는 항상 전화면접(CATI) 조사에 비해 무당층 크기가 작고, 20·30대와 광주·전라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높은 특성을 보여왔다”면서 “정치에 관심이 많지 않거나 자신의 견해를 소극적으로 표명하는 다수를 누락함으로써 정치 고관심층의 생각을 과다하게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꽃의 경우 진보성향의 방송인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업체여서 ‘기관효과’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성 보수 성향의 유권자는 여론조사 꽃의 조사에 응답하지 않기 때문에 보수층의 여론이 적게 반영된다는 지적이다.
조사기관에 따라 크게 엇갈리는 여론조사 결과는 대선후보 지지율에서도 드러났다. 입소스가 SBS 의뢰로 지난 23∼25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20.8%)에서 더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가상 양자 대결에서 각각 42%, 28%를 기록했다. 이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42% 대 26%,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41% 대 22%, 이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41% 대 27%로, 이 대표가 여권 후보 4명에 대해 확실한 우세를 보였다.
그러나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표와 여권 후보들 간 양자 대결이 접전을 보이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 23∼24일 전국 유권자 1031명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13.3%)에서는 이 대표 대 오 시장은 46% 대 43%, 이 대표 대 홍 시장은 45% 대 42%로 각각 오차범위 이내였다. 이처럼 조사기관이나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다른 여론조사가 계속 발표되면서 유권자들이 여론의 흐름을 읽는 데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