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2025-02-13 18:21:23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여권의 대선주자들이 본격적으로 몸풀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난 총선 때까지 국민의힘 내에서 가장 유력한 주자였던 한동훈 전 대표는 여전히 수면 아래에 머물고 있어 그의 등판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개헌 토론회를 열고 “대통령에게는 외교·안보·국방 권한만 남기고 내치에 관한 권한은 지방에 이양하자”는 개헌론을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 50여 명이 참석, 사실상 조기 대선을 겨냥한 오 시장의 ‘출정식’을 방불케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 낙선 이후 잠행해 온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며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 ‘헌재 때리기’를 통해 전통적 지지층 공략에 나선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정보기술(IT) 전문가로서의 ‘주특기’를 앞세워 중도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관련 현안에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는 안 의원은 최근엔 아주대 권역외상센터를 찾아 중증외상 의료시스템 점검에 나서는 등 민생 해법 찾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설 연휴 이회창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총재를 예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으며, 조만간 대구·경북(TK)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다. 유 전 의원은 이번 TK 방문을 통해 2016년 총선 이후 자신을 옥죄고 있는 ‘배신자 프레임’을 깨뜨려 나간다는 전략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서울 서초구 청계재단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이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거론하며 “세 분은 똑같이 당내 배신자들 때문에 치욕을 당했다”면서 “더 이상 당내에 이런 배신자들이 나와선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대표직을 던진 한 전 대표는 다른 잠룡들의 발빠른 행보에도 여전히 조용한 모습이다. 다만 친한(친한동훈)계는 한 전 대표도 곧 정치 일선에 나설 것이라며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정성국 의원은 “윤 대통령의 탄핵 변론 기일은 지나야 한다. 그 기점이 일단은 (한 전 대표 정치 복귀의) 가장 빠른 시점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 의원은 “대통령이 방어에 혼신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나올 이유는 없다”며 “그 시간을 존중해 주는 것이 도리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변론이 종결되면 탄핵심판 결정 전에라도 한 전 대표가 복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탄핵 결정까지 기다리기에는…”이라며 “너무 늦게 나올 수는 없다”고 답했다. 한 전 대표가 지금은 물밑에서 때를 기다라고 있지만 언제든 출전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권 내에서는 벌써부터 한 전 대표를 견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누군가 한동훈 대표가 정치를 다시 하면 금방 지지도가 회복될 것처럼 이야기했다는데, 그분의 최대 약점은 검사”라며 “국민들이 윤석열 검사한테 이렇게 데었는데 한동훈 검사를 또 찍어 줄까”라고 평가했다. 홍 시장의 ‘배신자 공세’도 한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