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 2025-02-24 18:13:49
국내 마약류 중독자는 대략 어느 정도가 될까. 어느 기관에서도 공식적으로 마약류 중독자 수를 발표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다. 다만 공개된 자료를 기반으로 집계한다면 최소 100만 명은 넘는다고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대검찰청이 발표하는 ‘마약 범죄 백서’다. 국회 보건복지위 백종헌 의원실이 입수한 ‘2024년 지역별 마약류 사범 단속 현황’을 보면 서울 5623명, 경기도 5871명, 부산 1427명 등 전국에서 총 2만 3022명을 적발했다.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마약류 사범 단속 실적과 숨어 있는 중독자를 포함한 전체 마약류 중독자 숫자와는 실제로 어느 정도 차이가 날까. 그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암수율(드러나지 않은 범죄 비율)을 적용한다.
마약중독 치료 전문가들은 암수율을 최소 20배, 최대 100배 정도로 잡는데 평균 30배로 잡는 것이 보통이다. 2019년 한국경찰연구 발표에서는 마약류 범죄 암수율을 28.57배로 산정한 바 있다.
조성남 서울시 마약관리센터장은 “암수율을 30배로 잡는다면 국내에서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여하는 중독자는 70만 명에 육박한다. 마약류 사범 단속에서 제외된 의료용 마약 중독자를 포함시키면 최소 100만 명 이상이 마약류에 중독되어 있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의료용 마약 오남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국내 처방 환자 수는 매년 200만 명 안팎이다. 여기서 얼마나 많은 약물이 불법 유통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경남에서 고교생들이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은 후 거래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도 매년 100만 명 안팎이다. 다이어트와 불면증을 이유로 의료용 마약을 상습 투여하는 중독자 숫자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조성남 센터장은 “의료용 마약 중독자만 100만~200만 명은 족히 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불법 마약류 사범과 의료용 마약 중독자를 합치면 우리나라 전체 중독자는 최대 300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다. 의료기관이 마약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지난해 국감에서도 쏟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의원은 “경남의 한 중독 전문 병원에서는 수십 차례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한 혐의로 전문의 2명이 수사를 받고 있다. 의사들의 셀프 처방과 대리 처방 등을 통한 마약류 오남용 방지를 위한 관리 감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