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2025-10-26 13:52:16
부산인문학포럼이 지난 24일 국립부경대 환경해양대학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인간과 기술, 그리고 공존의 미래’ 학술대회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인본사회연구소 제공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인간과 기술은 어떻게 관계를 정립할 것인가’ ‘부산의 도시가치는 자유로운 세계시민들과 공존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토론하는 장이 열렸다.
인문학을 통해 시대의 화두를 다뤄온 부산인문학포럼이 지난 24~25일 이틀간 국립부경대 환경해양대학 대회의실에서 ‘인간과 기술, 그리고 공존의 미래: AI, 융합, 세계시민주의 시대의 인문학적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대규모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사)인본사회연구소가 주최·주관하고 부산시가 후원한 ‘2025 부산인문학포럼’은 11월까지 부산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는데, 올해는 우리 사회는 물론 인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AI를 주제로 삼았다.
남송우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은 포럼 개회사에서 “모든 것이 인공지능으로 통하는 세계사적 변화 속에서 인간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섰다”며 “이번 포럼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 윤리, 감정, 공동체성 등 인문학적 핵심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예일대에서 철학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신학과 철학을 관통하는 활동을 해온 권수경 전 고신대 교수가 ‘AI와 인간이해의 전환: 자유의 철학적 조건’으로 기조발제를 했다. 그는 “AI는 분명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한다”면서도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절대 모방할 수 없는 사람만의 특성을 알게 된다면 인류가 수천 년 동안 탐구해온 인간의 본질을 드디어 찾는 것”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토론에 나선 김인중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교수는 “AI혁명은 새로운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가져다준다. AI를 도구로 활용하여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말했다.
부산인문학포럼이 지난 24일 국립부경대 환경해양대학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수경 전 고신대 교수, 손화철 한동대 교양학부 교수, 김인중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교수. 인본사회연구소 제공
포럼 이튿날인 25일에는 ‘세계시민주의와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부산의 민주주의, 민주시민, 그리고 도시 가치 등에 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재혁 전 부산외대 교수는 ‘부산의 도시가치와 자유로운 세계시민연대의 공존 가능성’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부산은 바다라는 자연환경, 한국전쟁의 역사적 경험, 항구도시로서의 문화적 혼종성 등으로 열림과 개방의 토대가 한국의 다른 도시에 비해 강하게 형성됐다”며 “신유목시대를 맞아 세계시민주의와 연계해 지역사회 발전의 지향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임성원 전 <부산일보> 논설실장은 “부산은 항만을 끼고 있는 국제도시라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비율이 한국 전체(5.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5%에 그치고 있다”며 “부산이 인정과 의리의 끈끈한 유대로 문화 용광로의 역할을 해왔는데 이 같은 성향이 국외자들에게는 잘 적용되지 않아 다중문화사회로의 진척이 더딘 것은 아닌가”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2025 부산인문학포럼’은 학술대회 외에도 다양한 시민 참여형 인문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역의 독립책방을 찾아가는 ‘마을 책집 나들이: 걸어서 책과 사람을 만나는 여정’이 금목서가(복천동, 11월 1일), 스테레오북스(안락동, 11월 8일), 대영서점(보수동, 11월 15일) 등에서 열린다.
또 ‘세계시민 문화마켓’이 유라시아교육원(광안동)에서 ‘코스모폴리탄 부산’이라는 주제로 27일, 내달 3일 각각 마련됐다. 이어 ‘부울경 속 북방유라시아를 찾아서’라는 역사현장 답사가 내달 15일 김해 대성동고분군과 허황후릉, 부산 이슬람성원 등에서 열린다. 이밖에 문화와 예술, 인문학의 융합을 시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문의 051-818-9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