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도 옮는다? 속설의 진실은? [궁물받는다]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2025-10-29 14: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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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찾아오는 생리. 증상과 변화는 여성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일부 여성은 생리통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고통을 호소하고, 또 다른 여성들은 생리량이나 주기가 갑자기 달라져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생리 경험에 큰 개인차가 있다 보니, "생리도 옮는다더라", "생리 후엔 살이 잘 빠진다더라" 같은 속설이 더해지며 생리에 대한 오해도 적지 않습니다. 생리와 관련된 궁금증을 부산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이현주 교수에게 물어봤습니다.


-생리통이 너무 심한 건 질환 신호일 수 있나?

"생리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일차성 생리통'과 자궁이나 난소의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차성 생리통'이 있다. 대부분은 일차성 생리통에 해당하며, 이는 생리 기간 중 자궁내막에서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자궁 근육을 수축시키면서 발생한다. 하지만 진통제를 먹어도 호전되지 않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점점 심해질 때, 생리 기간이 아닐 때도 통증이 있다면 이차성 생리통을 의심해야 한다.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자궁근종 등의 질환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부인과 초음파 등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리도 옮는다는데 정말인가?

"충분히 그렇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된 바는 없다.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여성들의 생리 주기가 비슷해지는 현상을 '월경 동기화'라고 부르는데, 이는 1971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 제기된 가설이다. 당시 연구에서는 여성의 땀에 포함된 페로몬이 다른 여성의 생리 주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진행된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는 이 현상을 재현하지 못했다. 여성의 생리 주기는 21일에서 35일 사이로 개인마다 길이가 다르고,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변동이 있기 때문에 함께 생활하다 보면 우연히 주기가 겹치거나 비슷해지는 시기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확률적 현상을 마치 '생리가 옮는 것'처럼 인지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사실로 보기는 어렵다."


-생리 후에 운동을 하면 살이 잘 빠진다는데

"이는 여성호르몬의 주기적인 변화와 관련이 깊다. 생리가 끝난 직후부터 배란기까지 약 일주일 동안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활발해진다. 에스트로겐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인슐린 민감성을 높여 탄수화물 대사를 활발하게 하며, 근력과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같은 양의 운동을 하더라도 다른 시기보다 효율적으로 지방을 연소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반면, 배란기 이후부터 다음 생리 전까지는 프로제스테론의 영향으로 몸이 수분과 영양분을 저장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식욕이 증가하여 약간 몸이 붓는 느낌이 들 수 있고, 이에 체중 감량이 더디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유의한 체중 감량을 유도할 만큼의 큰 차이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생리 주기와 상관없이 꾸준한 식이요법 유지와 운동을 병행하되, 생리 후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것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여성 질환과 관련된 검사들을 할 때 생리 전후 언제가 좋나

"검사 종류에 따라서 다르다. 구조적 이상을 보는 경우, 생리가 완전히 끝난 직후에 검사받는 것이 가장 결과가 정확한데, 예를 들어 자궁경부암 검사(세포의 이상 유무를 검사)의 경우에는 생리혈이 세포 샘플에 섞이면 정확한 판독을 방해할 수 있어 생리가 끝난 뒤에 하는 것이 좋다. 초음파(자궁이나 난소의 이상 유무를 검사) 검사도 생리가 끝난 직후가 자궁내막이 가장 얇은 상태이므로 작은 용종이나 근종 등의 이상 병변을 더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다. 반면, 호르몬 이상을 보는 혈액검사 같은 경우 생리 주기에 따라 민감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보통 생리 시작 3~5일 이내에 시행하는 것이 가장 변동폭이 좁고 정확하다고 알려져 있다."


-생리량이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생리량은 자궁내막의 두께에 의해 결정되며, 이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제스테론의 균형에 따라 조절된다. 따라서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이 생리량 변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 급격한 체중 변화, 과도한 운동, 수면 부족 등은 뇌하수체의 호르몬 조절 기능에 영향을 주어 일시적으로 생리량이 늘거나 줄어들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활 습관의 변화 외에 의학적인 원인도 있다.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용종, 자궁선근증과 같은 질환은 자궁내막의 면적을 넓히거나 혈관 분포를 변화시켜 생리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 반대로 다낭성난소증후군이나 갑상선 기능 이상 등 내분비계 질환은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해 생리량이 줄거나 주기가 불규칙해지는 원인이 된다. 만약 갑작스러운 생리량의 변화가 2~3주기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방문하여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생리를 하면 왜 복부 팽만감과 부종이 나타나나

"주된 원인은 생리 주기에 따른 호르몬 변화 때문이다. 배란 이후부터 생리 직전까지는 프로제스테론의 수치가 높아지는데, 프로제스테론은 앞서 말씀드린 작용 외에도 위장관의 운동을 느리게 만들기도 한다. 장의 움직임이 둔화되면 가스가 쉽게 차고 변비가 생길 수 있어 아랫배가 더부룩하고 빵빵한 느낌, 즉 복부 팽만감이 나타난다. 또한, 이 시기에는 프로제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신체의 수분과 염분 배출을 조절하는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평소보다 수분을 체내에 더 많이 축적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몸이 전체적으로 붓는 느낌이 들며, 특히 복부, 얼굴, 손발 등에서 증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생리가 시작되고 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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