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 회장 선임 앞두고 시작된 정치권 흔들기, 지역선 “개입 말라”

여권서 절차적 정당성 문제 삼아
금융감독원 국감서 논란 불 지펴
지역선 잇따른 정치권 개입에 우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2025-10-29 18:41:13

이찬진(왼쪽)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찬진(왼쪽)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시작된 BNK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절차와 관련, 정치권에서 연일 비난을 쏟아내 “도를 넘어선 흔들기”에 “정치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리가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은,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치권을 자극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경남 김해갑), 김정호(경남 김해을), 김태선(울산 동구), 김상욱(울산 남구갑), 허성무(경남 창원성산) 의원은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BNK금융 회장추천위원회는 비공개, 졸속으로 절차를 진행하고 제한된 후보 등록 기간을 운영하는 등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결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의원들은 BNK부산은행이 과거 도이치모터스 계열사에 100억 원대 무담보 신용대출을 해준 것과 관련해서도 “단순한 금융거래가 아니라 윤석열 정권과의 권력형 유착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은 BNK금융지주 회장과 BNK부산은행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또 회장 선임은 폐쇄된 구조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다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 울산 지역 여당 의원들이 이처럼 스피커 볼륨을 높이기 전 국정감사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먼저 불을 지폈다. 이 원장은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선임 절차 깜깜이 의혹 제기에 대해 “특이한 면들이 많이 보인다”며 필요 시 수시 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NK를 겨냥한 듯 “(금융)지주 회장이 되면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구성해 참호를 구축하는 분들이 보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곧 이 원장은 수위 조절에 나섰다. “당장은 구두 지도를 하고 있다. 만약 BNK 쪽에서 특이한 사항이 발견되면 곧바로 조사나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조건부’로 한발 물러섰다. 당시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 원장 발언의 취지를 확인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이 금융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좀 더 신중하게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BNK금융지주의 회장 후보자 선정 절차는 금융감독원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에 맞춰 진행되고 있고, 이는 금감원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사실상 금감원의 ‘수락’이 없으면 절차가 진행되기 힘든 구조다. BNK금융의 경우 금감원의 모범 관행에 따라 별도로 임추위를 진행할 이사회사무국을 신설했고, 사무국에서 상시 후보군을 선정해 관리해 왔다.

지역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한, 우리금융지주도 비슷하게 절차를 진행 중인데 유독 BNK금융만 문제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 뒤늦게 정치권에서 뒤집어 엎으려는 의도가 뭐냐. 지난번 회장 선임에 이어 이번에 또 정치권에서 개입에 나선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각에서는 부산을 제외한 경남, 울산 지역 의원들이 BNK 회장 선임에 개입하려는 데 대한 의도를 문제 삼고 있다.

BNK금융 관계자는 “도이치 모터스 100억 원대 신용대출의 경우 당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졌고, 현 BNK 회장이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주장도 거짓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BNK금융 회장 후보 등록 기간이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나흘에 불과해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일반적인 공모가 아니라 상시 후보군을 대상으로 한 후보 등록이어서 이들에겐 갑작스런 공모가 아니었으며, 연휴 기간이 있어 자기소개서 등 지원서를 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재차 밝혔다.

민간 금융기관 CEO 선임 과정이 정치권의 개입으로 오염되고 있는 것과 관련, 정치권 내에서도 따끔한 지적이 나왔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이 원장에게 “민간의 CEO나 임원 선임에는 금감원장이 관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찬진 금감원장이 실세라고 소문이 나 있어 한마디 하면 직원들이 오버해서 움직일 수 있다. 직원들이 직권 남용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민간 금융기관 CEO나 임원 선임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맞다. 조심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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