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어묵에서 코스닥 상장까지… ‘K푸드 신화’ 그 자체

커버스토리 : 부산어묵 전성시대 이끈 삼진어묵

2013년 어묵 크로켓 센세이션
품격 높인 어묵 브랜드화 앞장
부산역 매장엔 늘 고객들로 북적
10년 만에 매출 10배 이상 올라
최근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통과
인니·호주 등 세계 곳곳 진출
수산 단백질로 제2 도약 예고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2025-11-10 18:20:55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삼진식품 제공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삼진식품 제공

2013년 어묵 크로켓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부산어묵 전성시대’를 연 삼진어묵이 코스닥 상장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한다. 박용준 삼진식품(주) 대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K푸드 선두주자로, 어묵을 넘어선 ‘수산 단백질’의 글로벌 문화 확장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부산어묵 전성시대를 열다

박 대표는 미국 유학을 다녀온 후 부산이 자랑할 만한 식품, ‘어묵’이 가진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어 어묵 크로켓을 선보였다. 가업을 잇겠다며 삼진식품에 들어와 2013년 어묵 베이커리 매장 문을 열었던 당시 그의 나이 30세였다.

고추장, 간장을 버무린 ‘반찬’ 정도밖에 되지 못했던 어묵을 맛과 영양을 다 잡은 프리미엄 스낵, 간편식으로 격상시키려고 어묵 크로켓을 만들었는데, 시장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크로켓을 위시한 수십 종에 이르는 어묵 베이커리들을 빵집처럼 매장에 진열했고, 고객들은 격을 높인 어묵 브랜드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부산에 온 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2층 부산역 삼진어묵 매장은 늘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문전성시를 이뤘다.

과거 어묵은 서민들의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묵묵히 했지만, 비위생적이라는 편견이 함께 따라다녔다. 박 대표는 그 편견을 깨기 위해 어묵을 만드는 과정을 투명 유리창을 통해 보여주기 시작했다. 어묵의 역사를 보여주고 어묵 생산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역사관도 만들었다. 이 공간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고, 어묵이 더욱 대중화되며 위상을 새로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어묵 베이커리의 성공에 힘입어 삼진어묵은 부산의 또 다른 어묵 명가인 고래사어묵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부산어묵 전성시대를 만들어냈다. 미도어묵, 범표어묵, 환공어묵 등 부산의 대표적인 어묵 업체들과 함께 부산어묵을 브랜드화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각 어묵업체들의 2세, 3세로의 경영 전환기에 3세 ‘주자’ 박 대표의 활약은 좋은 자극제가 됐다.

■10년간의 도약, 160 대 1 경쟁률

2015년 당시 삼진식품이라는 기업이 지역에서, 나아가 전국에서 얼마나 열풍을 일으켰는지는 신입사원 공채 경쟁률만 봐도 알 수 있다. 그해 12월 삼진식품의 하반기 공채 사무직 8명 모집 공고에 모두 1283명이 지원해 경쟁률 160 대 1(부산일보 2015년 12월 28일 자 1면 보도)을 나타냈다. 당시 부산은행 5급 행원 경쟁률이 50 대 1, 부산교통공사 경쟁률이 63.7 대 1이었던 데 비춰 보면 작은 지역 중소기업에 불과한 이 기업이 얼마나 ‘핫’했는지를 알 수 있다. 당시 직원들은 “63년 된 회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의사소통이 활발히 이뤄지는 수평적 조직 문화가 마음에 든다”며 애사심을 드러냈다. 그 덕에 당시 초봉은 2000만 원 초반대에 불과했지만 우수한 인재들이 삼진어묵으로 모여들었다. 박 대표는 “당시 입사했던 직원들이 지금도 주축이 돼 성장 스토리를 함께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삼진어묵은 이후 백화점 진출에 이어 인도네시아, 호주, 베트남 등 세계 곳곳에도 매장을 오픈했다. 미국 H마트에도 진출했다. 이 같은 성장에 힘입어 2013년 어묵 베이커리 매장 첫 오픈 당시 82억 원 정도에 불과했던 매출은 2023년 846억 원까지 올라가며 10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매출은 964억 원에 달했다.

■12월부터 청약…“수산 단백질 시대”

부산어묵을 넘어선 ‘세계어묵’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삼진식품은 지난 3일 금융위원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달 30일 삼진식품의 상장예비심사를 승인한 바 있다. 200만 주 신주 공모를 위한 일반 청약은 다음 달 1~2일 이뤄지며, 다음 달 중 코스닥에 상장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상장을 계기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될 것”이라며 “수산 단백질은 어묵만큼이나 확장성이 크고 글로벌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다. 글로벌 소비자들이 매일 즐길 수 있는 수산 단백질을 공급하는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나아가 박 대표는 1953년 영도 봉래시장에서 시작한 삼진가공식품소가 100년 기업이 되는 2053년까지,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게맛살, 어육 소시지 등 다른 수산물의 수출량은 정체를 보인 반면, 어묵 수출량은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약 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진식품은 이 밖에도 씨푸드 수제버거 전문브랜드 비킹후스와 협업해 어묵버거용 어묵패티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광안리에 삼진어묵을 안주로 내놓는 삼진포차를 개장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 경제계는 모처럼 들려온 지역 기업의 코스닥 상장 절차 돌입 소식을 반기고 있다. 삼진어묵을 필두로 한 부산어묵이 K푸드 열풍을 선도하며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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