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대낮 부산 기장군 한 은행에 괴한이 장난감 총으로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다가 고객과 은행 직원에게 약 2분 만에 검거되는 일이 발생했다. 피의자가 이용한 흉기는 공룡 모양의 장난감 물총으로 알려졌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강도미수 혐의로 30대 남성 A 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A 씨는 이날 오전 10시 58분 기장군 일광읍의 한 은행에서 강도질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목도리와 모자로 얼굴 대부분 가린 A 씨는 은행을 휘젓고 다니며 검은 봉지를 씌운 장난감 총을 권총인 것처럼 행세하며 시민들에게 “모두 나가”라고 소리쳤다. 당시 은행에는 직원과 손님 10여 명이 있었다. 모두 밖에 나가자 정작 현금 위치 등을 몰랐던 A 씨는 복도에 있던 직원과 손님을 다시 은행 안으로 들여보내고 무릎 꿇게 만들었다. 이어 한 직원에게 캐리어를 주며 5만 원권 지폐를 가득 담을 것을 요구했다.
이때 시민 박천규(53) 씨가 틈을 타 A 씨의 총을 잡아 채고 팔을 잡아 제압했다. 뒤에 있던 다른 직원들도 뒤에서 A 씨를 함께 덮쳐 진압에 성공했다. A 씨의 강도행각은 시민과 직원들의 빠른 제압으로 약 2분 만에 종료됐다. 강도가 들이닥치기 전 부인과 함께 지점에서 금융 업무를 보고 있었던 시민 박 씨는 젊은 시절 의무복무를 특공대에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를 검거한 박 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경찰은 A 씨가 생활고로 인해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5년 전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고향인 부산으로 온 A 씨는 새로 시작한 자영업에 실패하고 취직에도 재차 실패해 5년 간 무직 상태였다. A 씨는 공과금을 내지 못해 살던 오피스텔에서 쫓겨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 씨가 범행에 동원한 공룡 모양의 장난감 물총은 8세 아들의 장난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이 필요한 게 많고 생활이 계속 어려워지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 씨는 자택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던 해당 은행 지점을 평소 자주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지점이 대로변이 아닌 상대적으로 외진 2층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 범행 장소로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의 마땅한 도주 계획이나 공범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 A 씨는 1차 조사를 마치고 해운대경찰서 유치장에 감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핸드폰 디지털 포렌식 등 추가 조사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A 씨가 단시간 빨리 돈을 쓸어 담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장난감 총을 동원한 것 같은데, 현재는 생활고에 의한 범행이었다며 반성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