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2025-02-11 20:17:00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극심한 경기 침체와 정치적 혼란이 거듭되며 지역의 부동산 매수 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반토막 났는데, 한 달 뒤인 지난달 거래량은 이보다 더 줄어들며 상황이 심각해졌다.
그나마 거래된 물량 가운데 절반은 종전 거래가보다 헐값에 팔린 ‘하락 거래’였다. 손해를 감수하며 가격을 낮춰 내놓지 않는 이상 부동산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11일 아파트 거래 플랫폼 부동산서베이에 따르면 지난달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등록된 부산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모두 998건으로 1000건이 채 되지 않는다. 부동산 거래 중 당월 신고 비중이 통계적으로 약 70~8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은 1200건 안팎에서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설 연휴가 끼어 있었다고는 하나, 명절이 있었던 예년에 비해 심상치 않은 하락 폭이다.
이 같은 수치는 외환위기 이후 아파트값과 거래량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평가받는 2022년 8월(1271건) 수준이다. 탄핵 정국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산의 부동산 시장은 바닥을 친 뒤 회복하는 추세였다.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7월 3159건으로 33개월 만에 3000건을 넘기며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수준을 향해 가고 있었다.
지난해 8월부터 스트레스 DSR이 도입되며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10월 다시 3019건으로 회복하며 반등했고 2000~3000건을 유지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12월 1644건으로 두 달 만에 반토막이 났고, 이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씨가 말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래 실적이 저조하다. 연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매수자들이 자취를 감췄고, 지금은 전화 문의조차 잘 오지 않는다”며 “정말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 아니고서는 매수인, 매도인 모두 거래에 나서질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거래가 반토막 이하로 줄었는데, 이 중에서 또 절반 가까이는 하락 거래였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거래 가운데 44.9%는 종전 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돼 1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부산의 하락 거래 비중은 47.1%로 대전과 제주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부동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분양 시장도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말 부산의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은 1892세대로 전달보다 194세대 늘었다. 부산의 전체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7월 5862세대로 11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이후 소폭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4000~5000세대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의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당초 올 봄이나 상반기로 예정됐던 여러 사업장의 분양 스케줄이 잇따라 수개월씩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분위기가 이럴 때 분양한다면 대규모 미달 사태가 불가피하고, 그렇다고 마냥 허송세월만 보내자니 치솟는 공사비와 물가에 대한 부담이 커서 사면초가”라고 우려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앞으로의 분위기를 점쳐볼 수 있는 중요한 선행 지표 중 하나인데 현장에서는 매매의 씨가 말랐다고 할 정도”라며 “경기 침체에다 정치적 혼란이 당분간 지속된다면 부동산 시장은 계속해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역 부동산 부양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