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2025-02-17 10:47:48
금융기관에 빚(대출)을 진 소상공인(자영업자) 가게 10곳 중 1개 꼴로 이미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치솟은 물가에 경기침체 영향까지 겹치며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카페·술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17일 한국신용데이터의 ‘2024년 4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을 안고 있는 사업장은 모두 362만 2000개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86.7%(314만 개)는 빚이 있어도 일단 정상 영업 중이지만, 13.3%(48만 2000개)는 폐업(국세청 신고 기준) 상태였다.
폐업한 사업장의 평균 연체액은 568만 원, 평균 대출 잔액은 6185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716조 원으로, 직전 3분기(712조 원)와 전년 4분기(700조 원)보다 각 0.5%, 2.3% 늘었다.
밀린 개인사업자 대출 원리금 규모는 모두 11조 3000억 원으로, 직전 분기나 1년 전과 비교해 각 2.3%, 52.7% 불었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17조 1000억 원) 대비 연체금액(9000억 원) 비중이 5.0%에 이르렀다.
보고서는 한국신용데이터가 개인사업자 경영관리서비스 ‘캐시노트’ 가입 사업장 16만개를 표본 조사한 뒤 소상공인 실태조사 등의 비중을 적용해 전체 개인사업자 현황을 추정한 결과다.
자영업자들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그만큼 경영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 소상공인 사업장 1개당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억 7882만 원, 이익은 4273만 원으로 추계됐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0.57% 줄었지만, 이익은 14.71% 늘었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소비가 수년간 크게 위축됐다가 2023년 다소 회복된 후 2024년 본격적으로 살아나기를 기대했다”며 “그러나 경기 부진과 계엄 등으로 연말 특수가 사라지면서 실제로 작년 매출이 2023년보다 더 적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정체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업종 중에서는 카페의 소비 위축 타격이 가장 컸다. 작년 4분기 외식업 가운데 카페 매출은 3분기보다 9.5%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패스트푸드와 술집 매출도 전 분기보다 각 1.8%, 1.7% 뒷걸음쳤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경제·정치 불안을 느낀 소비자들이 기호식품인 커피, 술 등부터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양식(8.8%), 아시아음식(6.3%), 일식(5.5%), 중식(4.1%) 등 일반 식당의 매출은 3분기보다 다소 늘었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예술·스포츠·여가 관련업의 매출이 3분기보다 7.4%나 감소했다. 반대로 세무사·변호사업 등이 포함된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매출은 30.1% 증가했고, 운수 서비스업도 10.3%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