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5-02-17 16:30:20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분명히 잘못됐다. 과도한 조치였다”면서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위적 관계 단절에 대해서는 “옳지 않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서는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과반에 육박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모든 지도부나 의원들도 헌재의 결정에 대해서는 받아들인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 지지층의 ‘탄핵 반대’ 기류에 조응하는 동시에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여당 지도부의 복잡한 속내가 반영된 입장으로 풀이된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무도한 행태들을 감안하더라도 비상계엄으로 대처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계엄이 적법하게 선포됐을 경우 각 헌법 기관에 군 병력을 보내는 건 맞다”면서도 “국회에 (계엄)해제 요구권을 주고 있는 만큼 국회 활동에 제약을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국회 요구안 의결에 대해서는 “제가 국회 현장에 있었더라도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동훈 전 대표가 저랑 똑같은 정보만 가지고 있었을 텐데 바로 ‘위헌이고 위법’이라고 얘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헌재를 겨냥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의 불공정성 문제도 거듭 제기했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헌재의 탄핵 심판이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과반에 육박하고 있다. 오히려 50% 가까운 분들이 여전히 (헌재를)신뢰하는 부분들이 신기하다”면서 “기각됐을 때도, 인용됐을 때도 엄청나게 큰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장원(전 국정원 1차장)이나 곽종근(전 육군특수전사령관) 같은 경우는 증언의 내용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신문이라든지 대질 신문이라든지 이런 부분들도 더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헌재가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심사해서 결론이 나왔을 때 그걸 불복할 수 있는 법률적인 방법은 더 이상 없다”며 “모든 지도부나 의원들도 헌재의 결정에 대해서는 받아들인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정한 심사’라는 전제를 두긴 했지만, 당 지지층의 탄핵 불복 기류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권 비대위원장은 ‘조기 대선’에 대비해 윤 대통령과의 ‘절연’이 필요하다는 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 당시 당 대표였던 분이 ‘춘향인 줄 알았더니 향단이다’ 이러면서 1년 뒤에 출당시켰다”면서 “그래서 박 대통령과 우리 당의 관계가 단절됐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출당이라든지 이런 형식적인 ‘쇼’보다는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고치고 가고, 잘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계승해서 가는 게 필요하다”며 “베드로도 아니고 인위적으로 ‘나는 저 사람 몰라’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권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향후 중도층 확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중도에 있는 분들은 대개 정치적으로 고관여층이 아니거나 생각 자체가 중립적인 분”이라며 “누가 더 실사구시를 하느냐에 달렸지, 그게 누구하고 멀어지고 이런 데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리얼미터가 지난 13~14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동응답전화(ARS) 조사(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정권 연장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44.5%,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응답은 51.5%로 나타났다. 특히 중도층의 경우, 정권 연장 38.5%, 정권 교체 57.8%로 정권 교체 응답이 19.3%P 높았다.
권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결론에 앞서 ‘하야’ 등의 거취 결정을 내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고려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고, 고려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옳은 방법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권 비대위원장은 일각의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 “부정선거가 있다고 단정할 정도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대통령도 투표 과정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정도라면은 한번 철저한 리뷰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