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 이점·네트워크 살려 박람회 3년 만에 4배 키웠다 [월드 오브 커피 두바이]

‘월드 오브 커피 두바이’ 취재기

2022년 전시관 1홀로 시작
올해 250개 기업 4홀 채워
새로 참가한 기업만 130곳
중동 커피 시장 성장세 상징
중동의 허브 도시 이점 살려
고가 스페셜티 커피 허브로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2025-02-17 20:13:00

지난 10~12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월드 오브 커피 두바이’가 참관객으로 붐비고 있다. 조영미 기자 mia3@ 지난 10~12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월드 오브 커피 두바이’가 참관객으로 붐비고 있다. 조영미 기자 mia3@

부산시가 롤 모델로 삼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는 사람이 모이고, 물류가 모이는 진정한 글로벌 허브도시였다. 두바이 커피 산업 성장 역시 중동의 허브라는 지리적 이점에 더해,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가능했다. 2022년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와 협력해 처음 개최한 커피 박람회 ‘월드 오브 커피 두바이’는 전시장 1개 홀로 출발해 4년째를 맞은 올해 4개 홀로 규모를 확장해 열렸다. 이는 성장하는 중동 커피 산업의 위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로 꼽힌다.

■월드 오브 커피 두바이 가 보니

지난 10~12일 UAE 두바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열린 ‘월드 오브 커피(WOC) 두바이’ 현장은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2022년 1개 홀로 시작해 매년 규모를 확장해 왔는데, 올해는 총 4개 홀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WOC 두바이에 따르면 25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전시에 참가한 올해 행사의 총 방문객 수는 1만 7000명을 넘었다. 지난해는 1만 3000명이 찾았다. 특히 전시 기업, 바이어, 생산자 등에 걸쳐 2000개 가까운 기업이 참여했고, 이 중 130여 개 기업은 새롭게 참가한 기업이다. 모로코와 멕시코는 올해 처음 WOC 두바이에 국가관을 냈다. 취재진이 행사장을 둘러본 결과 모로코, 멕시코뿐만 브라질, 인도 등 커피 생산국이 국가관을 만들어 자국 커피 홍보에 열을 올렸다.

사우디 아라비아, 바레인, 오만 등 중동 국가 커피 브랜드의 부스도 많았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커피 산업이 성장하는 곳으로 중동을 꼽았다. 아프리카에서 커피가 발견된 이후 모든 물품 교역의 중심이었던 중동에서 커피가 거래되면서 커피 역사가 깊고, 종교적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는 국민이 대다수이다 보니 커피 소비량도 많다. 2010년대 이후 스페셜티 커피를 받아들이면서 스페셜티 커피 산업 시장도 급성장세다.

두바이 유명 커피 로스터리 중 한 곳인 더 에스프레소 랩의 마 에손 매니저는 “두바이 사람들은 밖에서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카페에서 만난다”며 “대부분 무슬림이라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아침,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카페에서 만나 업무를 보거나 쉰다. 커피와 카페는 두바이에서 일상 생활과 같다”고 전했다.

커피 생산자들도 중동 커피 시장의 빠른 성장을 체감한다고 전했다. 코스타리카 따라주 커피협동조합 파비앙 칼데론 모라 매니저는 “커피 생산자로서 고객을 만나고 직접 생산한 커피를 소개할 수 있는 커피 박람회는 무엇보다 소중한 기회다”고 설명했다.

올해 처음 도입된 커피 옥션. 조영미 기자 mia3@ 올해 처음 도입된 커피 옥션. 조영미 기자 mia3@

■매년 열리는 커피 축제 있어야

지난해 5월 부산에서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월드 오브 커피 &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부산’이 열렸다. 커피계의 올림픽과 엑스포가 한꺼번에 열리는 격이라 주목을 끌었다. 전 세계 커피 생산자, 로스터리가 부산을 찾았다. 하지만 WOC 두바이와 달리 부산 행사는 아시아를 순회하며 열리는 일회성 행사로 언제 다시 부산에서 열릴지 모른다는 한계가 있다.

두바이는 중동의 중심지라는 지리적 이점에 더해 각종 규제를 없애 글로벌 커피 기업이 자리 잡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중동 커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두바이의 규제 철폐는 과감했다. 법인세가 아예 없던 두바이는 지난해부터 9%의 법인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두바이 공항 프리존(DAFZA) 홍여진 매니저는 “아랍에미리트에 45개, 두바이에만 30개의 프리존이 있고 제벨 알리 항구 프리존이 가장 오래됐고 공항 내 DAFZA가 1996년에 설립돼 두 번째로 오래됐다”며 “법인세가 생기긴 했지만 9%라는 비교적 낮은 세율로 전 세계 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WOC 두바이에 참석한 부산 커피 기업 LGC 임수정 대표는 “저가 커피 위주로 시장이 큰 한국과 달리 두바이는 고가의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도시라는 인상이 강했다”며 “외국인에 대한 규제가 적은 점도 앞으로 부산이 글로벌 커피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받아들여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과테말라 출신의 후안 루이스 바리오스 전 SCA 이사회 회장은 “국제 공항이 행사장이 있는 시내와 가깝고 그동안 두바이가 쌓아온 산업 박람회 노하우, 성장세인 중동 커피 산업까지 더해 복합적인 이유로 커피 박람회가 매년 성장하는 것 같다”며 “부산 역시 WOC 같은 커피 박람회를 매년 개최하면 좋겠지만 상황이 안 된다면 많은 유럽 도시가 그런 것처럼 소비자 중심의 커피 축제를 열어 커피 산업을 확장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두바이(아랍에미리트)/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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