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담장 넘어간 마약… 중학생마저 손대는 지경 [마약, 처벌 넘어 치유로]

부산 청소년 오남용 실태 조사
평균 15세 때 마약 처음 접해
텔레그램 같은 SNS 주 공급로
펜타닐 등 의료용 약 쉽게 구입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2025-02-17 21:00:00

13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강선봉 마약범죄수사대 마약수사 2계장이 의료용 마약류 불법 투약 의사 적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13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강선봉 마약범죄수사대 마약수사 2계장이 의료용 마약류 불법 투약 의사 적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아이도 누구보다 자유로워지고 싶어할 겁니다. 단 한 번의 유혹에 무너져 한평생 ‘마약을 참아야 한다는 상태’여야 한다는 게 비극일 뿐입니다.”

최근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난 이선민 씨는 처연한 표정으로 아이 얘기를 꺼냈다. 이 씨의 자녀 A 씨는 ‘마약 중독자’다.

A 씨는 지난해 11월 경남 김해의 한 병원에 입원해 마약 치료를 받고 있다. 몸에 해로운 다량의 정신과 약을 복용하며 그보다 독한 마약이 해독되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건장한 체격인 A 씨는 운동에도 능한, 내일이 기대되는 청년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마약을 복용하며 그의 미래는 한순간 바뀌었다. 몸에 마약이 스며들자 인지 능력은 감소했고, 대신 분노조절장애, 강박, 피해망상이 생겼다. ‘마약을 멈추고 싶다’는 마음도 여러 차례였지만, 교도소를 다녀와서도 마약을 끊을 순 없었다. 마약이라는 지독한 늪은 도무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 씨는 종종 ‘아들이 마약에 접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한다. “열심히 키워 놓은 아이를 송두리째 빼앗긴 느낌입니다. 엄마로서 ‘실패자’란 생각부터 차라리 아들 대신 내가 마약에 중독됐다면 좋겠다는 심정이 듭니다.

마약이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세대까지 무차별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텔레그램 같은 SNS가 발달하고 전방위적으로 마약이 퍼지면서 간단한 메시지만 보내도 마약을 손에 쥘 수 있는 시대가 됐다. SNS에 능한 청소년 세대 역시 마약의 손아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 마약류를 복용하는 지인을 안다고 응답한 중고등학생도 적지 않았다. 예이린 사회적협동조합이 실시한 ‘부산광역시 청소년 마약류 오남용 실태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마약류를 처음으로 접한 평균 연령은 15세로 조사됐다. 조사는 지난해 8월 16일부터 10월 29일까지 부산 △중서부도심권 △중동부도심권 △강서낙동권 △금정해운대권 등 4개 권역 중고교생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4명은 마약류를 복용한 적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마약류를 복용하는 장면을 보거나 해당 사실을 들은 바 있다고 응답한 학생들도 60명이나 됐다. 이제 학교도 마약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은 자명해 보인다.

마약이 퍼지는 공급 경로는 텔레그램 같은 SNS가 주가 됐다. 이 조사에서 특이한 사실은 학교 선후배나 친구를 통해서 마약류를 구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30%에 달한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 한 학교가 마약에 뚫리면 아이들끼리 빠르게 번져나갈 가능성이 큰 셈이다. A 씨 이야기가 남의 얘기만은 아닌 것이다.

마약 종류 중에도 의료용 마약 수요가 중고교생을 중심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펜타닐 등 의료용 마약을 죄의식 없이 사용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학생이 의료용 마약을 복용한 목격담도 나왔다. 최근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해부터 의료용 마약 유통을 단속하는 전담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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