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3-01 10:26:16
지난달 우리나라가 '수출 플러스'와 ‘무역수지 흑자’를 동시에 달성했지만,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2월 전체 수출액은 작년 동월 대비 1% 소폭 증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5년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수출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1% 증가한 526억 달러로, 수출 증가율이 한 달 만에 반등했다. 무역수지는 지난 1월 18억 9000만 달러 적자에서 한 달 만에 43억 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한국 수출은 2023년 10월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된 뒤 작년 12월까지 15개월 연속 플러스 기록을 이어왔지만, 올해 1월에 플러스 기조가 끊어진 바 있다.
지난 2월 일평균 수출은 23억 9000만 달러로, 작년 동월보다 5.9% 감소했다. 다만 '설 연휴가 없는' 2월 중에는 역대 1위 실적이라고 산업부는 전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96억 달러로 집계됐으며, 작년 동월 대비 3%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1월까지 9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넘기면서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렇지만 2월 들어 그 흐름이 깨졌다.
지난해부터 월평균 반도체 수출 증감률을 보면 지난해 1분기 +50.7%, 2분기 +53.5%, 3분기 +41.4%, 4분기 +34.0%, 올해 1월 +8.1% 등으로 증가 폭이 쪼그라드는 추세였다. 이후 올해 2월 -3%를 기록하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인공지능(AI) 산업에 쓰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의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범용 메모리 반도체인 DDR4, 낸드 등의 고정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산업부는 분석했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고정 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DDR5 16Gb(기가비트), DDR4 8Gb, 낸드 128Gb 가격은 각각 작년 동월보다 7.5%, 25%, 53.1% 떨어졌다.
이에 따라 2월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도 58억 달러로 작년 동월보다 4% 감소했다. 시스템 반도체 수출액은 34억 달러로 2%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은 작년 동월보다 17.8% 늘어난 61억 달러로 집계됐다.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증가율이 마이너스였다가 지난달에 다시 증가율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하이브리드차 수출이 작년 동월보다 74.3% 증가하면서 전체 자동차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등 영향으로 순수 전기차 수출은 24.8% 줄었다.
철강 수출액은 25억 6000만 달러로 잔년 동월보다 4.4% 감소했다. 아시아와 미국 철강 수출은 각각 12.4%, 30.7% 증가한 반면, 중국발 공급과잉 등의 영향으로 유럽연합(EU) 수출은 17.3% 감소했다.
산업부는 "아세안 인프라 프로젝트에 쓰이는 철강 수요가 증가했지만 글로벌 공급 과잉 및 시황 둔화, 미국의 철강 25% 관세 부과 발표 등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철강 가격 회복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양대 시장인 대(對)중국·미국 수출 실적이 모두 100억달 러 아래로 떨어졌다.
대중국 수출은 작년 동월보다 1.4% 감소한 95억 달러였고, 대미국 수출은 1% 증가한 99억 달러로 집계됐다.
산업부는 "대중국 수출의 경우 최대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감소했지만 일반기계·무선통신기기 등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보합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2월 1∼25일 대중국 반도체 수출액은 25억 2000만 달러로 작년 동월보다 15.3% 줄었다. 일반기계(수출액 4억 5000만 달러)와 무선통신기기(수출액 5억 4000만 달러)는 각각 26.2%, 128.5% 늘었다.
대미 수출은 일반 기계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전체적인 수출 증가세를 나타냈다. 2월 1∼25일 대미국 자동차 수출 증가율은 31.9%, 자동차부품 수출 증가율은 9.8%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수입액은 작년 동월보다 0.2% 증가한 483억 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 수입은 원유(-16.9%), 가스(-26.7%), 석탄(-32.8%) 수입이 모두 감소하면서 작년 동월보다 21.5% 줄어든 94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2월 무역수지는 작년 동월보다 4억 5000만 달러 증가한 43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월간 무역수지는 2023년 6월 이후 19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왔으나, 올해 1월 적자로 돌아선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흑자 전환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2월에는 전월(1월) 주춤했던 수출이 반등하면서 수출 플러스와 무역수지 흑자를 동시에 달성했다"며 "최근 미 신행정부의 연이은 무역·통상 조치 발표에 따라 한국 수출을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