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대신 갈등 부각되는 이재명 대표의 비명계 연쇄회동

“지금 민주당으로 정권교체 가능한가” 이 대표 면전에서 비판
지난 총선 국면에서도 비명계 연쇄 회동했지만 통합에는 실패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2025-03-01 11:43:25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동연 경기지사(왼쪽)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동연 경기지사(왼쪽)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 대권주자들과 ‘통합 회동’을 이어가면서 회동의 정치적 성과에 관심이 쏠린다. 당 일각에선 “잘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작 비명계 대권주자들은 이 대표의 ‘정체성 혼란’ ‘신뢰 위기’를 지적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회동이 지난 총선 당시처럼 ‘사진 촬영용’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회동을 시작으로, 김부겸 전 총리, 박용진 전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비명계 주요 인사들과 통합 회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에는 비명계 대권주자인 김동연 경기지사를 만났다.

김 지사는 이날 회동에서 “지금의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김 지사는 “7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개헌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고 유감”이라며 이 대표의 ‘개헌 논의 거부’도 비판했다.

김 지사는 이 대표의 ‘감세 정책’에 대해서도 “지금은 감세가 아닌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때”라며 “증세 없이 복지가 불가능한 만큼 필요한 부분에 대한 증세도 필요하다. 수권정당으로 용기 있게 증세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이 대표의 ‘중도보수 선언’으로 불거진 정체성 논란에 대해서도 “신뢰의 위기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만으로도 안 되고, 말을 바꿔서도 안 된다. 수권정당으로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도보수 선언에 대해선 이 대표와 회동했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최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달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면서 “이 대표와의 만남에서 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은 당내 민주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씀 드렸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통합 회동이 ‘정치적 필요’에 의한 것으로 진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지난달 21일 이 대표를 만났던 박용진 전 의원은 지난달 27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 인터뷰에서 회동에 대해 “정치적인 필요성과 또 절박감이 움직이게 하는 것이지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개인적인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비명횡사’ 사과에 대해 “진정성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고 절박함과 필요성은 느꼈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만난 비명계 인사들은 당 통합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박 전 의원은 “통합적인 인선, 통합적인 정책, 그다음에 적절한 움직임 등 가시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김 전 지사도 탈당 인사 복당 등 실질적 조치를 요구했다. 비명계의 실질적 조치 요구는 연쇄 회동이 이 대표의 ‘통합 노력’만 부각시키는 ‘사진 촬영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도 ‘비명횡사’ 공천으로 계파 갈등이 깊어지자 비명계 연쇄회동에서 통합을 강조했지만 실질적인 조치가 이어지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대표는 2023년 연말 김부겸 전 총리를 만나 “당의 단합과 총선을 위해 산이든 물이든 건너지 못할 게 없다”면서 “작은 차이를 넘어 큰길로 함께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세균 전 총리와도 만나 “당 대표로서 최선을 다해 혁신과 통합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명횡사’는 계속됐고 결국 김 전 총리와 정 전 총리는 이 대표가 불공정 공천 논란을 해결하지 않으면 자신들도 총선에서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두 전 총리의 압박에도 민주당 공천 기조는 바뀌지 않았고 총선 이후 당은 ‘친명 일색’으로 재구성됐다.

이 대표가 이번엔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다시 통합을 강조하며 비명계 연쇄회동에 나섰지만 또다시 실질적 통합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친명계에서는 탈당 인사 복당 등에 대해 “그분들한테 왜 사과를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박주민 의원) “선거는 결과가 증명하는 것 아니냐. 결과는 국민들이 이 대표와 이 대표가 공천 한 후보자를 선택했던 것”(정성호 의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비명계 연쇄 회동은 대외적인 이미지 만들기를 위한 ‘행사’에 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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