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 2023-06-20 06:40:00
올 시즌 손흥민의 부진은 이유가 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2021-2022 시즌 23골로 공동 득점왕에 등극했던 손흥민은 2022-2023 시즌에는 10골에 그쳤다. 7시즌 연속 두 자리 수 득점을 달성했지만 전년도와 비교할 때 성에 차지 않는 기록이다.
손흥민이 올해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스포츠 탈장’이라는 부상 때문이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기간에는 안와골절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손흥민은 언론 인터뷰에서 “스포츠 탈장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8~9개월 참았는데 도저히 안 돼 결국 수술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탈장은 무리한 동작을 하거나 과격한 운동을 하는 일반인들도 주의해야 한다. 부산제2항운병원 황성환 병원장(외과 전문의)으로부터 탈장의 증상과 수술법에 대해 들어 봤다.
■사타구니, 배꼽, 수술 부위에서 발생
탈장은 원래 위치에 있어야 할 장기가 본래 위치를 이탈하는 것이다. 내장을 지탱해 주는 근육층인 복벽이 약해지거나 구멍이 나면서 장이 밀려나오는 것이다. 보통 사타구니 주변의 얇은 근육이나 인대가 무리한 운동으로 인해 찢어지거나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탈장이 됐다고 즉시 심한 통증이 동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초기에는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흔하다. 초기 증상은 해당 부위에 묵직한 느낌이 드는 정도에 그친다. 기침을 하거나 대변을 볼 때 등 복압이 높아지면 볼록하게 튀어 오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다가 누워 있거나 손으로 누르면 다시 들어간다.
증상이 심해지면 손으로 눌러도 들어가지 않는다. 빠져나온 장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혈액순환 장애가 생기거나 장이 괴사하는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탈장은 선천적인 경우도 있고 후천적인 경우도 있다. 탈장의 종류는 사타구니 탈장, 배꼽 탈장, 절개 탈장(수술부위), 스포츠 탈장 등이 있다. 사타구니 탈장이 전체의 75% 정도 차지한다.
스포츠 탈장은 일반적인 탈장과 달리 복벽에 구멍이나 결손이 없어 장기 돌출이 없는 경우가 많다. 대신 사타구니 주변의 인대와 힘줄이 파열된다.
부산제2항운병원 황성환 병원장은 “평소 운동 중에 사타구니 주변으로 뻐근한 통증이 있거나 볼록하게 만져지는 증상이 있으면 근육통인지 탈장인지를 정확히 진단받아 봐야 한다. 장기가 복벽을 빠져나온 상태가 오래되면 괴사 등의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김종국 박찬호 호날두…무리한 운동이 원인
수년 전에 몸짱 연예인 김종국이 무리한 운동으로 탈장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운동광으로 알려진 김종국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평소 허리가 좋지 않아 운동을 할 때 벨트를 꽉 매는 과정에서 장기에 큰 압력을 받아 탈장이 일어났다”며 자신의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종국은 복막 손상으로 인한 탈장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배를 만지면서 장기가 튀어나온 걸 다시 집어넣는 식으로 버텨 왔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탈장 수술을 6개월이나 미루다 더 참지 못하고 결국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최근에는 생활 스포츠 인구가 늘어나고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2040 젊은 남성에게서도 탈장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4~5명이 탈장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스포츠 탈장’은 축구, 럭비, 하키 등 몸을 비틀거나 방향 전환 동작이 많은 운동선수에게 자주 발생한다. 프로축구의 프랭크 램파드, 앨런 시어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해 박찬호 구대성 등 국내외 스타선수들이 탈장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운동선수들의 스포츠 탈장은 사타구니의 인대 손상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황성환 병원장은 “손흥민 선수의 경우 흔히 말하는 복벽 손상에 의한 탈장이 아니고 사타구니 인대 손상으로 보인다. 사타구니 인대 손상과 복막 손상에 의한 탈장을 뭉뚱그려 탈장으로 혼용해서 편하게 부르고 있다. 손상 부위가 사타구니 쪽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복강경 수술 vs 인공막 보강술
탈장은 자연 치유되거나 약물로 치료되지 않는다. 복벽이 손상되었기 때문에 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
수술은 직접 절개하는 개복수술보다는 복강경 수술이 재발률도 낮고 효과적이다. 흉터도 적고 회복 속도로 빠르기 때문에 복강경 수술이 대세다.
최근에는 복벽 안쪽에 인공막을 삽입하는 ‘비봉합 내측 보강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복강경을 활용해 봉합을 하지 않고 인체에 무해한 인공막을 사용해 복막이 손상된 부위를 수술한다. 수술을 할 때 해당 부위를 당기지 않고 진행하는 무긴장 수술이라 통증이 덜하고 예후도 좋다.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데 보통 3~8주가 소요된다. 부위에 따라 회복속도가 차이 난다. 충분히 회복되기 전에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 봉합 부위가 다시 손상될 수도 있다. 환자 보호차원에서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고 복압이 올라가는 고강도 운동을 제한하는 것이 좋다.
황성환 병원장은 탈장의 응급처치법에 대해 “탈장이 일어나면 일단 자리에 누워서 편안한 자세로 배에 힘을 빼고 살짝 맛사지를 해 준다. 그래도 안 들어가면 고환을 살짝 잡아당겨 주면 탈장 부위의 틈이 늘어나면서 튀어나온 부위가 쑥 들어간다. 그것도 안 되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