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신흥·아리랑 성냥을 기억하시나요?

[‘박물관도시’ 김해 한 바퀴]

흥미로운 박물관·미술관 곳곳에 즐비
문 닫은 진영역 재활용한 철도박물관
성냥의 추억 고이 간직한 성냥전시관

건축물 자체가 멋진 작품 클레이아크
분청도자박물관·전시 판매관도 눈길
한글박물관엔 허웅·이윤재 자료 가득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2025-01-02 07:00:00

‘박물관도시’를 표방하는 경남 김해시에는 매우 흥미롭고 독특한 박물관, 미술관이 적지 않다. 성냥, 열차, 한글을 주제로 하는 성냥전시관, 철도박물관, 한글박물관은 물론 건축도자와 분청사기를 다루는 미술관과 박물관도 있다. 겨울방학을 맞은 초중고생들이 둘러보면 흥미를 가질 만한 김해의 박물관들을 다녀왔다.

경남 김해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돔하우스 내부의 유리 돔. 남태우 기자 경남 김해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돔하우스 내부의 유리 돔. 남태우 기자

■철도박물관과 성냥박물관

두 박물관은 김해시 진영읍의 허파라고 할 수 있는 진영역사공원 안에 자리를 잡았다. 진영역철도박물관은 1905년 개통됐다가 2010년 폐쇄된 경전선 진영역을 재활용한 공간이다. 진영역은 전체 부지가 3만 7800㎡에 이르고 승무원 수만 14명에 이를 정도로 붐비던 곳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수탈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시설이었다.

경남 김해시 진영역철도박물관 대합실에 승객과 승무원 인형이 설치돼 있다. 남태우 기자 경남 김해시 진영역철도박물관 대합실에 승객과 승무원 인형이 설치돼 있다. 남태우 기자

이곳이 철도 관련 시설이라는 걸 알려 주려는 것처럼 주변 벽은 철도 관련 벽화로 도배됐다. 철도박물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옛 진영역 대합실을 재현한 공간이 나타난다. 통근 학생, 장에 나가는 할머니와 승객을 도와주는 승무원이 열차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철도박물관은 아주 크고 넓은 시설은 아니지만 철도 역사를 상세하게 소개한 데다 철로, 열차 모형과 옛 승차권 등까지 전시돼 있다. 게다가 간단히 기관사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도 있어 어린 자녀를 데리고 가기에 제격이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주민들이 진영역사공원에 마련된 철로와 열차 주변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다. 남태우 기자 경남 김해시 진영읍 주민들이 진영역사공원에 마련된 철로와 열차 주변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다. 남태우 기자

철도박물관 내부를 둘러본 뒤 진영역 옛 부지에 설치된 진영역사공원을 살펴본다. 이곳에는 철로를 활용한 산책로가 마련돼 있어 철도박물관과 성냥전시관을 차례로 둘러본 뒤 날씨가 춥지 않다면 공원도 천천히 걸어볼 만하다. 옛 철로에는 이제는 운행을 중단한 열차가 놓여져 있다. 그곳에는 카페가 영업 중이라서 커피를 마시면서 열차 탑승 체험을 해 볼 수도 있다.

김해성냥전시관은 철도박물관 근처에 있는 시설이다. ‘기린표’ ‘신흥표’ 등의 성냥으로 유명했던 우리나라 ‘마지막 성냥공장’이었던 경남산업공사가 지난 2017년 문을 닫은 뒤 성냥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관람객들이 경남 김해시 성냥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관람객들이 경남 김해시 성냥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전시관 한가운데에는 과거에 성냥을 만들던 대형 기계가 설치돼 있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벽면을 돌아가며 마련된 공간에는 성냥 제조 과정을 설명하는 영상과 사진물이 있어 기계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알려 준다.

유리전시관에는 기성세대에게는 익숙한 ‘기린’ ‘신흥’ ‘아리랑’ 등의 상표를 붙인 통성냥과 갑성냥이 전시돼 있다. 이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성냥 제품을 둘러보고 다방에서 성냥 쌓기에 몰두하는 연인의 모습을 담은 조형물까지 감상하면 아련히 떠오르는 오랜 추억을 되살리게 된다.

경남 김해시 성냥전시관에 오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옛 성냥들이 전시돼 있다. 남태우 기자 경남 김해시 성냥전시관에 오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옛 성냥들이 전시돼 있다. 남태우 기자

■클레이아크미술관과 분청도자박물관

갈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건물 자체만으로도 환상적인 공간이다. 본관인 돔하우스 외벽부터 정말 독특해서 눈길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외벽은 구운 도자 5000장을 붙여 만든 것인데, 이 자체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1호 소장품 ‘파이어드 페인팅(구운 그림)’이다. 돔하우스는 건축물이면서 도자 작품이고 회화 작품인 셈이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에는 ‘전시품’이 아니라 ‘건물’을 보러 가는 관람객이 연간 100만 명을 넘는다는데, 파이어드 페인팅 하나만으로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을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

파이어드 페인팅 5000장으로 만들어진 클레이아크미술관 돔하우스 외벽 전경. 남태우 기자 파이어드 페인팅 5000장으로 만들어진 클레이아크미술관 돔하우스 외벽 전경. 남태우 기자

돔하우스에 들어가면 중앙 홀을 덮은 유리 돔과 여타 박물관, 미술관과는 달리 특이한 회전식 계단으로 이뤄진 내부 구성에 다시 감탄하게 된다.

돔하우스 1층과 2층을 둘러본 뒤 2층 뒷문을 통해 또 다른 전시관인 큐빅하우스로 올라간다. 두 건물 사이에는 오벨리스크 모양의 ‘타워’가 설치돼 있다. 이 구조물도 파이어드 페인팅 1000장을 붙여 만들었는데, 훌륭한 사진 한 장 찍기에 여기보다 나은 곳은 없어 보인다.

경남 김해시 클레이아크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 남태우 기자 경남 김해시 클레이아크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 남태우 기자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돔하우스와 큐빅하우스에서는 미술관 소장품전 ‘흙과 건축’은 물론 대한민국공예품대전 김해시 작가 수상작 전시회와 청자·백자·분청사기 도자기 비교전, 동아시아 홈테이블웨어전 등이 진행 중이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답고 독창적인 작품들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눈길을 돌리지 못하게 만든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바로 앞의 분청도자박물관은 분청사기를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공간이다. 분청사기의 역사, 제작 방법, 제작 지역 등은 물론 각종 특징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전시한 시설이다. 박물관 옆에는 분청도자전시판매관이 있어 클레이아크미술관과 분청도자박물관을 둘러본 뒤 들어가 볼 만하다.


■한글박물관

경남 김해시에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 한글박물관이 있다고 하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왜?’라고 물을지 모른다. 이때 ‘김해는 해방 이후 최고의 한글학자 허웅과 일제강점기 한글학자 겸 독립운동가 이윤재의 고향’이라는 답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경남 김해시 한글박물관 전경. 남태우 기자 경남 김해시 한글박물관 전경. 남태우 기자

김해한글박물관은 기본적으로 허웅과 이윤재를 소개하는 자료를 전시한 시설이다. 두 한글학자의 인생은 물론 한글 연구에 바친 노력과 성과를 소개한다. 두 학자의 소중한 저술과 연구 자료도 비치돼 있다.

작은 박물관이지만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한글 맞춤법 통일안> 등 한글과 관련된 각종 책자, 문서 4000여 점을 알차게 볼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귀중한 자료들이다. 이곳에서는 관람 재미를 더하기 위해 <용비어천가>를 주제로 영상을 첨가한 특별전을 진행 중이다.

경남 김해시 한글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용비어천가> 특별전. 남태우 기자 경남 김해시 한글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용비어천가> 특별전. 남태우 기자

한글박물관 주변은 한글문화공원이다. 원래 명칭은 나비공원이었지만 한글박물관 조성 이후 이름이 바뀌었다. 이곳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전국을 떠돌아다니다 대구 마천산에 방치돼 있던 이윤재의 묘비와 기념물이다. 8년 전에야 겨우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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