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노래하다… 청소년 합창단 ‘씽어쏭파이터’의 눈부신 단독 공연

사직여중 강미순 음악교사
부임 학교마다 합창단 꾸려
13년 만에 단독 공연 성사
16일 부산대서… 전석 초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4-11-13 10:40:49

사직여중 학생들로 구성된 씽어쏭파이터 제9기 합창단 모습. 강미순 제공 사직여중 학생들로 구성된 씽어쏭파이터 제9기 합창단 모습. 강미순 제공

프로 합창단은 아니다. 게다가 성인 합창단도 아니다. 36명의 여중생으로만 이루어진 합창단이지만, 단독 공연을 열게 돼 화제다. 아이들과 늘 꿈꾸었던 바로 그 꿈이 올해 현실이 되었다. 올해로 교직 생활 18년 차(육아휴직 기간 포함)를 맞는 강미순 음악교사가 부임하는 학교마다 만들어왔다는 ‘씽어쏭파이터 합창단’의 제9기 합창단이 오는 16일 오후 5시 부산대 10·16기념관에서 전석 초대(350석 지정 좌석제)로 음악회를 연다.

씽어쏭파이터 1기부터 9기 합창단까지 13년을 이어 오는 동안 단독 공연 개최는 처음이다. 이번 공연은 강 교사가 두 개의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성사됐다. “공연장 구하기가 제일 힘들었어요. 금정·동래문화회관 등 두 곳의 전문 공연장에도 대관을 요청하면서 학생들 손 편지까지 일일이 전달했지만, 전문 예술인을 우선 배려하다 보니 쉽지 않았습니다.”

사직여중 학생들로 구성된 씽어쏭파이터 9기 합창단 모습. 강미순 제공 사직여중 학생들로 구성된 씽어쏭파이터 9기 합창단 모습. 강미순 제공

2007년 1기로 창단한 씽어쏭파이터는 이번 사직여중에서 9기를 맞았다. 강 교사는 지난해 모교인 사직여중에 부임해 9기를 시작했다. 합창단 이름 씽어쏭파이터는 10대의 아픔과 고민을 노래로 함께 싸워 이기자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방과후’도 아닌, 점심시간을 활용해 주 2회 정도 두 그룹으로 나눠서 연습하고 있다. 대회나 초청 연주회가 있을 땐 연습 횟수가 늘어난다.

강 교사는 “아이들한테 가장 소중한 점심시간에 급식을 마시듯 해치우고 만나서 30분 정도 연습한다”면서 “그렇다 보니 합창 발성법을 고수하지 않고, 악보 없이 가사로 노래를 배우는 방식을 취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들 목소리도 진성 위주로, 내추럴사운드를 구사해 씽어쏭파이터 합창단엔 자유롭고, 위축되지 않는 분위기가 있으며, ‘행복해 보이는 합창단’이라는 평가를 들을 때 기분이 매우 좋다”고 전했다. 이는 평소 강 교사가 “제일 잘하는 합창단은 되지 못해도 제일 행복한 합창단은 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아이들은 이런 강 교사를 ‘명랑 작곡가’ ‘음악의 언니’로 부른단다.

사직여중 학생들로 구성된 씽어쏭파이터 9기 합창단 모습. 강미순 제공 사직여중 학생들로 구성된 씽어쏭파이터 9기 합창단 모습. 강미순 제공

이번 공연에선 모든 곡을, ‘학교’를 주제로 한 곡으로 구성한다.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강 교사가 작사, 작곡, 편곡, 반주, 지휘를 맡는다. 프로그램도 학교 시간표를 따라서 등굣길(‘함께 걸어 좋은 길’)부터 1~4교시(‘즐거운 학교 행복한 학교’ ‘스승의 날 2024’ ‘청개구리’ ‘하늘을 날아’ ‘조금 느린 아이’), 점심시간(아인스싱어즈 초청 공연), 5~7교시(‘비밀의 화원’ ‘리드미컬’ ‘I’m gonna love you through it’), 종례(‘학교 종이 땡땡땡 2024’)로 진행된다. 앙코르까지 치면 13~14곡이 준비된다.

“학교는 달라지고, 또 학년이 바뀌면 아이들이 달라지지만 한 해도 쉬지 않고 13여 년간 부임하는 학교마다 이렇게 합창을 이어 왔던 것은 노래가, 함께하는 합창이 아이들의 목소리로 전해질 때 또 다른 아이들의 마음을 가장 잘 위로하고 만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사직여중 학생들로 구성된 씽어쏭파이터 9기 합창단 모습. 강미순 제공 사직여중 학생들로 구성된 씽어쏭파이터 9기 합창단 모습. 강미순 제공

한편 씽어쏭파이터 합창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제35회 부산청소년합창제에 초청돼 부산문화회관 무대에 섰으며, 그 외에도 부산미래진로직업박람회 개막식 초청 공연, 부산교문합창제전, 동래희망교육지구 성장 공유회 개막식 초청 공연, 내일을 품은 부산교육한마당 초청 공연 등의 기회를 가졌다. 1기 졸업생은 어느새 사회인이 돼 후배 공연이 있을 때 간식을 들고 응원 차 찾아오기도 한다. 강 교사는 “이번 공연이, 단순히 특정 학교의 합창 공연이 아니라 학교 합창의 단독 공연이 부산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많은 학교와 지역사회에 울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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