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 2024-12-02 17:25:53
술자리가 잦아지는 연말이 왔다. 건강을 생각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음주 문화도 많이 달라졌지만 술에 대한 잘못된 상식은 여전히 널리 퍼져있다. 질병관리청이 12월을 맞아 음주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소개했다.
술을 마실 때 안주를 먹지 않으면 살이 안 찐다는 건 대표적인 오해다. 알코올 자체가 1g당 약 7칼로리로, 단백질이나 탄수화물(1g당 4칼로리)보다 칼로리가 높아 안주 없이 술만 마셔도 칼로리가 쌓인다. 맥주 한 캔(알코올 약 14g)은 단순 계산으로만 100칼로리를 훌쩍 넘고,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막걸리는 이보다 더 높다. 맥주 두 캔만 마셔도 밥 한 공기 정도의 열량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안주 없이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 흡수가 더 빨라져 취하기 쉽고 간에 부담이 더 갈 수 있다. 술을 마실 때는 단백질이나 지방이 포함된 안주를 같이 먹어야 알코올 흡수를 천천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체중 관리를 한다면 안주의 칼로리도 신경 쓰는 게 좋다.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온다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는 오히려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처음에는 진정 효과가 있어서 잠이 쉽게 들지만 몸이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각성 상태가 되어 수면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술은 깊은 수면 단계인 렘(REM) 수면을 방해한다. 렘 수면은 빠른 안구 운동이 나타나는 단계로, 렘 수면이 부족하면 자주 깨거나 얕은 수면에 머물러 피로가 풀리지 않을 수 있다.
저도주는 건강에 부담을 덜 준다고 생각하기 쉽다. 특히 최근 많이 마시는 하이볼은 위스키 같은 증류주에 탄산음료를 섞어서 만들어 도수가 낮고 맛도 좋아서 부담 없이 마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떤 술이든 많이 마신다면 섭취하는 전체 알코올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다. 건강한 음주를 위해서는 술의 종류보다는 양을 조절해야 한다.
과음을 한 다음 날 ‘해장술’이 도움이 된다는 속설도 잘못된 상식이다. 숙취는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생긴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에 쌓여서 두통, 근육통, 속쓰림, 메스꺼움 등 증상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해장술을 마시면 알코올의 진정 효과로 숙취가 잠시 가려질 수 있지만, 일시적인 착각일 뿐이다. 숙취를 해소하려면 물을 충분히 마셔서 체내에 쌓인 독성 물질을 배출하고, 충분히 휴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질병관리청은 “금주를 실천하려면 한두 잔의 음주도 피하되, 꼭 마셔야 한다면 하루 또는 주간 음주량 목표를 정하고 마시는 게 좋다”면서 “술을 대신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과 음주에 쓰던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 건강한 연말을 보내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