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 2024-12-09 16:24:02
‘트럼프 랠리’로 가상자산 시장이 3년 만에 불장을 되찾았다. 다만 이러한 수혜는 5대 가상자산거래소 중 업비트만 홀로 독차지하고 있다. 독과점 논란에 다시 불씨를 살린 모양새다.
9일 가상자산 정보 제공업체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업비트의 가상자산 원화 시장 점유율은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달 5일 56.5%에서 이달 7일 78.2%로 21.7%포인트(P) 뛰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 10만 달러 돌파를 코앞에 뒀던 지난 4일에는 업비트의 점유율이 80%를 웃돌기도 했다.
같은 기간 가상자산거래소인 빗썸의 점유율은 41.2%에서 19.3%로 21.9%P 증발했다.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의 점유율은 0~1%대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 독식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 중이다. 여러 요인 중 빗썸이 지난 10월 초부터 진행한 수수료 무료 이벤트가 지난달 17일 종료됨에 따라 업비트로 다시 이동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업비트가 시장 점유율을 독차지할 경우, 독과점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독점규제·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하나의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면 독과점으로 간주해 규제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업비트가 독과점 상태라며 이를 해소하는 방안을 촉구했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시장 구조적 문제나 독과점 이슈는 가상자산위원회를 구성해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답변했다.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정책으로 당분간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처럼 불황을 되찾아 호실적을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을 보면 업비트만 ‘행복한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실적은 거래 수수료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거래가 거래소를 통한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만 가능하다. 개인투자자의 거래 수수료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거래소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우려다. 시장 점유율이 낮을수록 부진한 실적을 보여서다. 실제로 가상자산 투자 심리가 위축됐던 지난해 당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당기순이익이 80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15.4% 증가했다.
반면, 빗썸은 순이익이 243억 원으로 전년 대비 74.5% 감소했다. △코인원 –67억 원 △코빗 –142억 원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 –514억 원 등 모두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간 차별화를 통해 생존전략을 내세워야 하는데,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코인 상장도 깐깐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