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5-01-12 15:27:39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인이 전투 중 ‘상당한 병력 손실’을 증언했다고 국가정보원이 12일 밝혔다. 이들 북한군은 러시아에 도착하기 전까지 전쟁이 아닌 훈련을 받는 것으로 알았다고 한다.
국정원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9일 러시아 쿠르스크 전장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북한군 2명을 생포했다고 공개한 데 대해 확인한 것이다. 국정원은 “북한군 포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정보당국(SBU)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관련 정보를 지속 공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들은 쿠르스크 전선에서 다친 채 붙잡혔으며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생포된 북한군 중 1명은 조사에서 지난해 11월 러시아에 도착해 일주일간 러시아 측으로부터 군사훈련을 받은 후 전장으로 이동했다고 진술했다. 해당 군인은 당초 훈련을 받기 위해 이동하는 것으로 알았고, 러시아 도착 후에야 파병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전투 중 상당수 병력 손실이 있었고, 본인은 낙오된 뒤 4∼5일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다가 붙잡혔다고 털어놨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 채널에 글을 올려 생포된 북한 병사 2명이 다친 상태로 키이우로 이송됐으며 SBU의 심문을 받고 있다고 공개했다. AFP 등 외신들은 생포된 군인들이 현지에 파견된 한국 국정원의 통역 지원 하에 SBU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북한군 중 한 명은 2005년생(20세) 소총병으로 생포 당시 시베리아 남부 투바 공화국 출신의 26세 남성인 것처럼 돼 있는 러시아 군인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1999년생으로 26세인 또다른 생포 병사는 자신이 저격수였다고 밝혔다. 턱을 다쳐 말을 할 수 없는 탓에 종이에 답변을 적는 식으로 심문이 이뤄지고 있다고 SBU는 전했다. SBU는 북한군 생포에 대해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에 참여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 군인을 생포해 신상 내역과 함께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가 생포된 북한군을 러시아군 소속으로 인정한다면 ‘포로의 대우에 관한 제네바협약’에 따라 전쟁포로 지위가 부여되고 러시아 측으로 송환 대상이 된다. 러시아와 북한 모두 자국군 소속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이들은 ‘불법 전투원’ 등으로 간주돼 전쟁포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북한군은 지난해 11월부터 가을부터 쿠르스크에 파병됐으며, 파병군 규모는 1만 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