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겨냥 AI칩 수출통제 확대…"韓업계 단기 영향 제한적”

장기적으로는 中통제 강화시 영향 가능성…"잠재고객 잃을 수도"
글로벌 반도체 산업 위축 우려…엔비디아 등 美빅테크도 반발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2025-01-13 22:44:39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인공지능(AI) 개발용 반도체에 대한 새로운 수출 통제를 발표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국내 업계가 받을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이번 조치가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AI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를 한국 등 20개 동맹국 및 파트너에는 제한 없이 판매하고, 나머지 대다수 국가에 한도를 설정하는 신규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이른바 '우려 국가'에 대해서는 기존 AI 반도체 수출 통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폐쇄형 AI 모델이 이들 국가로 이전되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추가했다. 한국은 미국산 AI 반도체를 제한 없이 수입할 수 있는 동맹국에 해당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번 신규 규제가 당장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운영하지만, 한국에 본사를 둔 기업은 '보편적으로 검증된 최종사용자(UVEU)' 지위가 부여돼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다만, 이번 규제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위축되면 밸류체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반도체 업계도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특히 한국 입장에서는 잠재적 시장인 중국 시장에 대한 통제가 강화하면 장기적으로 영향이 우려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AI 가속기를 많이 구매할 잠재 시장"이라며 "중국 고객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면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이 잠재 고객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단기적으로는 우려 국가 중 국내 기업이 직접 수출하는 국가가 많지 않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잠재적 시장인 중국을 통제하면 발생할 수 있는 수익성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에 대한 통제로 중국에 공장을 지었던 다국적 기업이 공장을 다른 국가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수출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총수요 변동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 업계에서 특히 반도체 생태계 위축을 우려하는 부분은 동맹국에도 우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다수의 '중간지대' 나라에 대한 수출 통제다.

미국은 제3국 데이터센터 등을 통한 중국의 제재 우회를 막으려는 취지로 이들 국가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수입할 수 있는 AI 반도체 수량에 한도를 설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간지대 국가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엔비디아, 인텔, AMD, 마이크론 등 생산 규모가 큰 업체가 수출에 제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반도체를 수입 못 하게 된 나라들이 결국 중국에서 관련 기술을 수입하면 중국 AI 산업이 미국을 따라잡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앞서 이번 조치가 알려지자 미국 빅테크 업계도 사업 성장 둔화와 규제 비용 등을 우려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켄 글릭 오라클 부회장은 블로그에서 "미국 기술 업계를 타격한 역대 가장 파괴적인 규제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엔비디아도 블룸버그에 보낸 성명에서 "세계 대부분에 수출을 제한하는 규정은 (AI 반도체) 남용 위험을 줄이기는커녕 경제 성장과 미국의 리더십을 위협하는 중대한 정책 전환이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