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북 핵보유국’ 언급…트럼프 폭풍 현실화되나

트럼프 “북한 뉴클리어 파워”, 핵 보유 인정
한반도 비핵화 목표 우리 정부 입장과 충돌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2025-01-21 15:38:37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첫날부터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라고 지칭해 파장이 일고 있다. 북미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날 퇴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위협을 지목했냐는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그게(북한이) 엄청난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뉴클리어 파워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도 지난 14일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칭한 바 있다. 미국의 최고 지도자가 임기 첫날부터 똑같은 표현을 쓰면서 트럼프 정부가 북한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핵보유국 표현이 북한의 군사적 핵능력에 대한 지칭인지 핵보유국으로서의 정치외교적 위상을 언급한 것인지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한 것으로 인정하는 핵무기 국가(nuclear weapon state)는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5곳이다. 핵보유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공인받진 못했지만 사실상 핵을 가진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등까지 포괄한 개념이다. 이들 국가는 핵 보유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 다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이들 국가와 같은 반열의 핵보유국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더는 제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5일 상원 외교위의 인사청문회에서 북핵과 관련, “어떤 제재도 (핵)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면서 제재 무용론으로 여겨질 수 있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북한의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만 줄이는 군축협상 등 ‘스몰딜’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몰딜은 ‘한반도 비핵화’가 목표인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지속 추진돼야 한다”며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 국제사회와 계속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관철시킬 외교력 역량을 갖췄느냐에 대해선 비관적인 분석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등으로 대미 외교를 이끌어갈 ‘콘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야 정치권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관련,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며 공방전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한미 동맹을 흔든다”고 비난했고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민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지지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조용술 대변인은 21일 논평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며, 국민의힘은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실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 대변인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한미일 정상회의는 패착이다’, ‘한미일 군사훈련은 안보 자해다’, ‘왜 중국에 집적거리냐, 그냥 셰셰해라’, ‘김정일과 김일성의 노력이 훼손되지 않게 하자’ 등의 발언을 하며 한미동맹에 찬물을 끼얹어 왔다”면서 “국익과 직결되는 외교는 국내 정치에서 하는 습관처럼 권한을 남용하거나 대권놀음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외교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조속한 탄핵 심판을 촉구했다. 민주당 염승열 외신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대행의 대행외교에 대한 걱정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이후의 극심한 국정 혼란도 우려되는 만큼, 헌법재판소가 권한대행의 탄핵 정족수부터 따져서 국정안정을 도모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안태준 원내부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계엄 탄핵 정국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선택과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지지해 준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정부에서도 세계 평화와 안보,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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