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론에 다시 ‘우클릭’하는 이재명…“실용주의로 완전 전환해야”

주한미국대사대리 만나 ‘자유민주진영’ 강조
당 슬로건 논란엔 “탈이념, 탈진영 전환” 주장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2025-01-22 16:20:3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만나 “한미동맹 강화”와 “자유민주진영”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당 슬로건 논란과 관련해선 “탈이념 실용주의”를 주장했다. 최근 민주당 위기론이 확대되자 이 대표가 ‘우클릭’으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만나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양국이)자유민주진영 일원의 책임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행정부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뿐 아니라 자유민주진영의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준 점에 대해서도 각별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신속하게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자유민주주의’는 윤석열 대통령 등 보수진영 인사들이 강조해온 표현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도 ‘자유민주주의 신념’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자유민주진영과 한미동맹을 강조한 것은 중도층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당 대표 회의실에 새로 설치한 걸개의 문구가 윤석열 정부의 슬로건과 겹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흑묘백묘론’으로 맞섰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당 대표 회의실에 ‘회복과 성장, 다시 大한민국’이라는 문구가 담긴 걸개를 설치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문구가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슬로건인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와 겹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슬로건이 겹친다는 사실을)알면서도 제가 쓰자고 했다”면서 “쥐만 잘 잡으면 되지, 그게 흰 고양이든 까만 고양이든 회색 고양이든 무슨 상관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헛된 말도, 헛된 이념도, 진영도 아니다”라며 “이제는 탈이념, 탈진영의 실용주의로 완전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에도 자신이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인터뷰에서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유예를 주장하면서 자신의 이념 성향이 “보수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이상을 품은 실용주의자”라면서 “명확하게 실용주의자”라고 강조했다.

당 지지율 하락에 우클릭으로 맞서며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이 대표의 행보는 과거와는 크게 대비된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에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중도강화론’에 대해 “동의가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당시 “(주류)언론이 우리보고 중도로 이동하라는 주문을 많이 하는데, 기득권 집단한테는 중도로 이동하라는 얘기를 안 한다”며 “우리가 오른쪽으로 가면, (유권자들이)우리를 찍어서 자기 삶에 뭐가 바뀔 거라고 생각하나”라며 우클릭에 반대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에는 미국의 강경 진보 성향 정치인 버니 샌더스와 비교돼 샌더스 자서전의 한국어판에 추천사도 썼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는 “어떤 사람들은 나를 ‘한국의 트럼프’라고 부른다”며 자신을 ‘현실주의자’ ‘실용주의자’라고 소개했다.

이 대표의 이런 급격한 우클릭에 대해선 외신도 흥미롭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대표와의 인터뷰 후 “이 대표가 기본소득 공약 등과 같은 진보적 정책을 이유로 비판자들에 의해 ‘한국의 버니 샌더스’라고 불렸으나, 최근에는 사법적 문제, 열정적 지지층, 소셜미디어에서의 영향력 등을 이유로 ‘트럼프’에 비유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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