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3-23 16:02:37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정치권 내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30·40세대의 여야 의원들이 함께 ‘보이콧’을 선언하고, 범보수 대권 잠룡들도 속속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다. “젊은세대에 독박을 씌우는 악법”이라는 이유로, 여야 지도부의 합의에도 양당 내에서 여진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김용태·김재섭·우재준,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장철민·전용기, 개혁신당 이주영·천하람 의원은 23일 오전 ‘국민연금은 더 지속가능해야 하고 모두에게 공정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 속 이같은 여야 공동 회견은 최근 전례가 없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30·40대로, 젊은 축에 속한다.
이들은 회견에서 “이번 개혁안을 요약하면 당장의 보험금 혜택을 인상하고 후세대의 보험료율을 올리겠다는 것”이라며 “강화된 혜택은 기성세대부터 누리면서 부담은 다시 미래세대의 몫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가 더 받고, 누가 더 내는지에 대해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 더 받을 사람이 아닌 더 내는 사람부터 제대로 설득해야 한다”며 “이번에는 청년세대를 설득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야 의원들은 “‘연금개혁 특위’에 30·40세대 의원이 절반 이상 참여해야 한다. 특위 인원도 13명에서 2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며 “청소년의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한 절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국회 문턱을 넘은 국민연금 개혁안은 ‘더 내고 더 받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는 돈인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내년부터 연간 0.5%포인트(P)씩 8년간 올라 13%로 인상된다.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내년부터 43%로 오른다. 30·40세대 여야 의원들은 이같은 국민연금 개혁안이 “젊은 세대의 희생을 전제로 기성세대의 주머니를 더 채워주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당장의 혜택은 기성세대가 누리지만, 수십 년 뒤에 받을 청년들은 당장 ‘내는 돈’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뿐 아니라 당내 다선 의원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연금개혁특별위원장을 맡았던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개혁안에 대한 여야 합의에 반발해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그는 “청년과 학계 의견을 무시하고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데 대해 원통하고 분노한다”면서 “국회 연금특위도 맹탕 특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도 “이번 합의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며 “땜질식 개혁안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재석 277명 중 찬성 193명·반대 40명·기권 44명으로 통과됐다. 여야 의원 84명이 반대 또는 기권표를 던진 것이다. 민주당 이소영·장철민·전용기 의원 등 3명이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했고, 김동아·김한규·민홍철·모경종·박홍배 의원 등도 기권했다.
범보수 대권 잠룡들도 국민연금 개혁안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청년세대에 독박을 씌워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보험료율에 대해 “공평해 보이지만 아니다. ‘머지않아 연금을 받는 86세대를 비롯한 기성세대’보다 ‘앞으로 돈을 낼 기간이 훨씬 긴 청년세대“의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국회를 통과한 ‘13%·43%’(개혁안)은 땜질하기로 담합한 것일 뿐”이라며 여야가 논의를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선출된 이준석 의원 역시 “국회는 미래 세대를 학대하고 착취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18년 만에 연금개혁을 이뤘다고 자랑거리를 만들어내려는 ‘답정너식’ 연금 야합에 개혁신당은 결코 동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