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 2025-04-20 18:05:37
미국이 중국 해운선사는 물론 중국산 선박을 이용하는 외국 선사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중 ‘관세 전쟁’이 해운·조선 산업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7일 중국 해운사,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 등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수수료는 180일 뒤인 오는 10월 14일부터 단계적으로 부과된다.
USTR 발표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운영하거나 소유한 선박은 10월부터 t당 50달러(이하 t당) 부과를 시작으로 매년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8년 140달러가 된다. 중국이 아닌 나라의 선사가 운용하는 중국산 선박은 10월 18달러에서 시작해 2028년 33달러가 된다. 벌크가 아닌 컨테이너의 경우 컨테이너 1개당 120달러에서 시작해 2028년 250달러가 된다.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은 10월부터 차 한 대 공간(1CEU)당 150달러를 부과하지만, 단계적 인상 계획은 아직 없다. 미국 기업이 소유한 선박이나 화물이 없는 선박, 특정 규모 이하 선박은 수수료를 면제한다. 3종의 수수료를 중복 부과하진 않고, 특정 선박은 한 종류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고 USTR은 설명했다. USTR은 중국 이외 국가의 해운선사가 미국산 선박을 주문해 인도받는 경우 미국산 선박과 규모가 같거나 작은 외국산 선박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최대 3년 유예하기로 했다.
USTR은 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미국 건조를 장려하기 위해 3년 뒤부터 미국에서 수출하는 LNG 물량의 일부를 미국산 LNG 운반선으로 운송하도록 했다.
이런 조치는 모두 미국의 조선·해운업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USTR의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조선업체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글로벌 해운선사는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선박을 많이 이용했으나 앞으로는 한국에 선박을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번 조치가 세계 통상 질서 전반에는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BBC 방송은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세계 무역이 이미 혼란을 겪는 가운데 나왔다”며 앞으로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시간 선박 운항 정보 제공업체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후 미국 항만에 기항하는 선박 3분의 1이 중국에서 건조됐고, 드라이벌크 부문에서는 미국 항만 기항 선박의 49%가 어떤 형태로든 중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전체로는 컨테이너선 24%, 벌크선 37%가 중국에서 지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USTR은 5월 19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이번 결정과 관련한 최종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한편 미국의 이 조치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지난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조치는 전 세계 해운 비용을 증가시키고 글로벌 생산 및 공급망의 안정을 혼란스럽게 할 뿐 아니라,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이익을 해쳐 결국 미국 조선업을 활성화할 수 없게 할 것”이라며 “중국은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선박공업행업협회(CANSI), 중국물류구매연합회(CFLP), 중국선주협회(CSA) 등 업계 단체도 잇달아 성명을 내 미국의 수수료 부과 조치 철회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