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2025-04-20 18:29:5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충청과 영남에서 진행된 첫째 주 순회 경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특히 이 후보에 대한 비토 기류가 강했던 영남에서는 90%를 넘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하며 대세론을 또 한 번 증명했다. 추후 이어질 민주당 텃밭 호남과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의 당락을 가를 수도권 순회 경선에서도 승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면서 김동연·김경수 후보의 2위 경쟁에도 관심이 쏠린다.
20일 울산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민주당 영남권 합동연설회 종료 직후 집계가 완료된 권리당원·대의원 투표 결과, 이 후보는 90.81%를 기록했다. 전날 충청권 순회 경선에서 얻은 득표율 88.15%보다 높은 수치다. 이어 김경수 후보는 5.93%로 2위를 기록했으며 김동연 후보는 3.26%로 뒤를 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영남권 권리당원과 대의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ARS(자동응답) 투표를 실시했으며 대의원과 권리당원 10만3352명 중 70.88%가 참여했다.
영남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울산·경남(PK)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 이 후보가 다소 약세를 보이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적자로 경남지사를 지낸 김경수 후보가 영남권에서 선전에 실패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이재명 대세론'이 입증됐다.
이날 세 후보는 저마다 영남 당원들 표심 잡기에 힘을 쏟았다. 이 후보는 “경북 안동이 낳고 길러 주신 영남의 큰 아들”이라는 자기소개와 함께 연설을 시작하면서 부산 맞춤 정책으로 북극항로 준비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약속하는 동시에 “회복과 성장을 이뤄내고, 대한민국 재도약을 실현할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경남 출신으로 앞서 경남지사를 지낸 김경수 후보도 연설의 시작과 끝에서 자신을 ‘영남의 아들’이라고 두 차례 강조했다. 김 후보는 아울러 참여정부 출신인 점을 앞세워 “노무현의 꿈이었던 국가균형발전을 김경수의 꿈인 메가시티를 통해 완성할 것”이라면서 “‘5대 권역별 메가시티’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유일하게 비영남 출신인 김동연 후보는 “영남 당원들을 보면 열혈 당원이었던 아버지가 떠오른다”며 “당세가 척박했던 충북 음성·진천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켰다는 이유로 고향을 등져야 했다. 영남 동지들의 분노를 알고 있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전날 열린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제21대 대선후보자 선출을 위한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도 대의원·권리당원의 온라인·ARS 투표를 집계한 결과 88.15%를 득표해 압도적 1위 자리에 올랐다. 세부적으로 권리당원 및 전국대의원 투표에서 양김 후보를 압도했는데, 투표에 나선 권리당원 6만 3460명 중 5만 5948명(88.16%), 전국대의원 1270명 중 1109명(87.32%)이 이 후보에게 투표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두 지역 합산 득표율은 89.56%다. 이어 2위는 김동연 후보로 5.27%, 김경수 후보는 5.17%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이 후보가 지난 주말 동안 진행된 두 차례의 경선에서 두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며 사실상 독주 체제를 예고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양김 후보 가운데 누가 2등을 차지할지가 또다른 관전 포인트로 꼽고 있다.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하는 이가 정치적 입지를 넓혀 대선 이후 예상되는 당내 재편 흐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청권 경선에서 3위로 뒤쳐졌던 김경수 후보는 본인의 고향인 영남권에서는 김동연 후보를 앞서며 두 사람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