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2025-04-20 10:32:46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정치·사회적 이슈에 지친 청중들이 모처럼 현실을 벗어나 ‘천상’의 음악을 즐긴 시간이었다.
부산시립교향악단(예술감독 홍석원)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5 교향악 축제’에 참가했다. ‘새로운 시작’(The New Beginning)을 주제로 열린 올해 교향악 축제에는 전국의 18개 교향악단이 참가해 기량을 뽐냈다.
부산시향은 이날 말러의 교향곡 제4번 G장조로 청중을 만났다. 썰매 방울의 경쾌한 울림으로 시작된 교향곡은 마치 동화의 세계로 관객들을 이끄는 듯 하다가 기괴한 불협화음, 불길한 팡파르로 현실의 불안을 극대화시켰다. 3악장부터는 평온한 첼로의 선율이 깊은 정열을 내면에 간직한 채 평화롭게 전개되다 또다시 ‘탄식’의 소리가 파문을 일으키며 갈등을 표면으로 끌어올렸다.
4악장에 이르러서는 바이올린과 트럼펫, 호른이 환회의 순간을 당당하게 연주하면서 천국의 문을 활짝 열어 젖힌다. 소프라노 박미자는 양과 물고기, 채소로 천국의 즐거움을 묘사하며, 잠시나마 청중들에게 천상의 삶을 엿보게 했다.
말러 교향곡에 앞서 연주된 벨라 버르토크의 피아노협주곡 제3번은 고통을 벗어나 창조적 예술 욕구가 분출하는 순간을 젊은 피아니스트 박재홍과 부산시향이 협연을 통해 모자람 없이 표현했다. 건강을 잃고 좌절하던 버르토크가 주변의 도움을 받고 새로운 창작 의욕에 불타 쏟아낸 눈부신 음악적 성과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재현된 것이다.
홍석원 예술감독은 공연 전 <부산일보>와 만나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천상계, 두려움이 없는 세계를 밝고 환하게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는데, 이를 잘 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감독은 “부산시향만이 낼 수 있는 특색, 부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과 화려함이 부산시향의 장점으로 극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예술의전당을 찾은 청중들은 부산시향의 성숙한 기교와 음악성에 매료돼 5분여 동안 이어진 커튼콜에서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