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텐트 무르익고 있지만, 아직은 ‘설익은 감자’

후보들 '빅텐트 만들자' 한목소리
속내는 딴판…홍준표는 '한덕수 흡수' 무게
안철수는 '한덕수 출마 마라' 견제
한동훈-한덕수 단일화도 명분 논란 여지
이준석은 완주 의지, 민주당 참여는 희박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2025-04-24 16:45:11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 2차 경선에 진출할 4명의 후보를 발표했다. 첫번째 컷오프를 통과한 '4강 후보'에는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 2차 경선에 진출할 4명의 후보를 발표했다. 첫번째 컷오프를 통과한 '4강 후보'에는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 간 ‘반명(반이재명) 빅텐트’ 구성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4명의 후보 모두 빅텐트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입장이 모아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까지는 ‘설익은 감자’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출마 여부, 단일화 방식 합의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홍준표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고 빅텐트 찬성 입장을 밝혔다. 홍 후보는 “한 대행이 대선에 출마하고 반명 단일화에 나선다면 한 대행과도 함께 하겠다”며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와도 빅텐트를 위한 협상을 후보가 되는 즉시 진행하도록 하겠다. 민주당 비명계(비이재명계)도 함께 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반탄파(탄핵 반대) 주자인 김문수 후보에 이어 홍 후보도 빅텐트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김 후보는 일찌감치 빅텐트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김 후보는 “빅텐트는 절대명제”라고 밝힌 바 있다. 김 후보를 일선에서 돕고 있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도 “김 후보와 한 대행이 단일화하면 이재명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찬탄(탄핵 찬성)파인 안철수 후보와 한동훈 후보도 빅텐트 구성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 후보는 페이스북에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다음 본선 승리를 위해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특히 한 대행과 저는 초유의 계엄 상황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수습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고 적었다. 다만 안 후보는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대해선 온도 차를 드러내고 있다. 안 후보는 “한 대행 본인의 출마는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다. 부디 출마하지 말라”고 한 대행 출마를 반대하고 있다.

후보 간 빅텐트 구성엔 공감대를 쌓았지만, 일부 이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빅텐트 구성 갈등은 앞으로가 더욱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 후보는 이날 빅텐트 구성을 천명했지만,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서 홍 후보 위주의 한 대행 ‘흡수’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홍 후보가 단일화 경선이 아닌 ‘협상’을 언급하면서 한 대행은 물론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어떤 후보가 당 대선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빅텐트 구성 가변성은 더욱 요동친다. 찬탄파인 한 후보와 안 후보 중 한 명이 대선 후보가 되면, 당장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서 명분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한 대행이 12·3 비상계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한 대행과 손을 잡는 이들의 행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안 후보가 한 대행의 출마를 막아서는 것도 한 대행과의 거리를 벌리며 안 후보의 ‘찬탄’ 면모를 드러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율 추이도 관건이다. 국민의힘 내 일각에선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한 대행의 지지율이 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대행이 빅텐트 참여 핵심 인물로 거론됐던 만큼, 이 경우 빅텐트 동력도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행의 출마 여부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점도 빅텐트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와 관련, 한 대행은 24일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차 국회를 찾았지만, 출마 여부에 대해선 침묵했다. 당내에선 이달 말께 한 대행의 결심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대행이 출마하지 않고 대선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는 판을 뒤흔들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의미한 지지율을 기록하며 대선 국면에서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후보가 완주 의지를 밝히고 있어 이 후보의 빅텐트 참여와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비명계 핵심 주자의 빅텐트 참여 가능성도 희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다 같이 빅텐트는 외치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게 문제”라며 “29일 후보가 두 명으로 압축되고, 한 대행의 출마 여부가 결정된 이후 빅텐트론의 향방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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