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4-24 16:45:11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 간 ‘반명(반이재명) 빅텐트’ 구성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4명의 후보 모두 빅텐트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입장이 모아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까지는 ‘설익은 감자’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출마 여부, 단일화 방식 합의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홍준표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고 빅텐트 찬성 입장을 밝혔다. 홍 후보는 “한 대행이 대선에 출마하고 반명 단일화에 나선다면 한 대행과도 함께 하겠다”며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와도 빅텐트를 위한 협상을 후보가 되는 즉시 진행하도록 하겠다. 민주당 비명계(비이재명계)도 함께 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반탄파(탄핵 반대) 주자인 김문수 후보에 이어 홍 후보도 빅텐트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김 후보는 일찌감치 빅텐트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김 후보는 “빅텐트는 절대명제”라고 밝힌 바 있다. 김 후보를 일선에서 돕고 있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도 “김 후보와 한 대행이 단일화하면 이재명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찬탄(탄핵 찬성)파인 안철수 후보와 한동훈 후보도 빅텐트 구성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 후보는 페이스북에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다음 본선 승리를 위해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특히 한 대행과 저는 초유의 계엄 상황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수습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고 적었다. 다만 안 후보는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대해선 온도 차를 드러내고 있다. 안 후보는 “한 대행 본인의 출마는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다. 부디 출마하지 말라”고 한 대행 출마를 반대하고 있다.
후보 간 빅텐트 구성엔 공감대를 쌓았지만, 일부 이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빅텐트 구성 갈등은 앞으로가 더욱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 후보는 이날 빅텐트 구성을 천명했지만,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서 홍 후보 위주의 한 대행 ‘흡수’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홍 후보가 단일화 경선이 아닌 ‘협상’을 언급하면서 한 대행은 물론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어떤 후보가 당 대선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빅텐트 구성 가변성은 더욱 요동친다. 찬탄파인 한 후보와 안 후보 중 한 명이 대선 후보가 되면, 당장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서 명분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한 대행이 12·3 비상계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한 대행과 손을 잡는 이들의 행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안 후보가 한 대행의 출마를 막아서는 것도 한 대행과의 거리를 벌리며 안 후보의 ‘찬탄’ 면모를 드러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율 추이도 관건이다. 국민의힘 내 일각에선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한 대행의 지지율이 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대행이 빅텐트 참여 핵심 인물로 거론됐던 만큼, 이 경우 빅텐트 동력도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행의 출마 여부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점도 빅텐트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와 관련, 한 대행은 24일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차 국회를 찾았지만, 출마 여부에 대해선 침묵했다. 당내에선 이달 말께 한 대행의 결심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대행이 출마하지 않고 대선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는 판을 뒤흔들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의미한 지지율을 기록하며 대선 국면에서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후보가 완주 의지를 밝히고 있어 이 후보의 빅텐트 참여와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비명계 핵심 주자의 빅텐트 참여 가능성도 희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다 같이 빅텐트는 외치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게 문제”라며 “29일 후보가 두 명으로 압축되고, 한 대행의 출마 여부가 결정된 이후 빅텐트론의 향방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