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2025-06-12 11:23:17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작된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시위로 확산할 조짐이다. 오는 14일 미 전역 1800여 개 이상 도시에서 ‘노 킹스’(No Kings·트럼프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11일(현지 시간) LA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 6일째, LA 내 소요 사태는 진정되는 모양새다. 전날 캐런 배스 LA 시장이 LA 다운타운(도심) 2.6㎢ 지역에 내린 야간 통행금지령이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배스 시장은 이날 오전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통행금지령이 효과가 있었다”며 “어젯밤에는 약탈이나 공공기물 파손 행위가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LA 경찰은 약 400명을 체포했는데, 대다수는 해산 명령 불이행과 야간 통행금지 위반 때문이었다. 배스 시장은 “시위는 일부 도심 지역에 한정되어 일어나고 있다”면서 “연방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LA의 소요 사태는 진정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동의 없이 주 방위군을 투입하고, 해병대까지 보내면서 전국적으로 이민자 과잉 단속과 군 투입에 대한 반발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오는 14일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해 워싱턴 DC에서 대대적인 군사 퍼레이드가 예정되어 있는데, 이날에 맞춰 전국적으로 ‘노 킹스’ 운동이 예고됐다. 1800여 개 도시에서 이 운동에 동참할 예정이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상관없이 이민 단속과 추방을 계속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날 실제로 미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진다면 지난 4월 전반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발해 열렸던 ‘손 떼라’(Hands off) 시위에 이어서 또다시 대규모 트럼프 대통령 반대 시위가 열리는 셈이다.
이미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는 미 전역으로 확산한 상태다. AP 통신에 따르면 뉴욕에서는 지난 10~11일 약 2500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고 경찰과 충돌이 발생, 86명이 체포됐다. 뉴욕 경찰청은 “대부분 평화적인 시위였고 일부만 문제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지난 10일 샌프란시스코 이민 법원 앞에 200여 명이 모여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앞선 8~9일 시위에는 수천 명이 참가했는데, 그중 150명 이상이 체포되고 건물과 차량이 파손되는 등 격렬했다.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에서도 11일 밤 시위가 예고됐다. 론 니렌버그 샌안토니오 시장은 “주지사에게 주 방위군 배치를 요청하지 않았다”면서 “표현할 권리를 지키면서도 법을 어기지 않고 평화롭게 시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인 10일 공화당 소속의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주 방위군 배치를 예고했다. 애벗 주지사는 “평화와 질서 유지를 위해 주 방위군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규모나 방위군 배치 위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주지사 동의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LA에 주 방위군을 배치한 것과 달리 텍사스 주지사는 주 방위군 배치를 결정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최소 24개 도시에서 시위가 열렸고, 총 700여 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