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2025-06-12 14:49:20
부산시교육청의 학급당 학생 수 확대 방침이 원도심 지역에도 일괄 적용되면서 교원과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원도심 학교에 학급 수까지 줄어들 경우 다른 지역과의 교육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각 지역 상황을 고려한 시교육청의 탄력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시사립중고등학교장회 손성지 회장(동주여고 교장)은 지난달 19일 시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수업 시수가 늘고 행정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도심이나 저소득층 밀집 지역은 여건을 반영해 학급당 학생 수 확대 적용에서 일정 부분 예외를 둬야 한다”고 건의했다. 앞서 시교육청은 지난 3월 각 고등학교에 ‘2026학년도 고교 신입생 학급 조정 시행 알림 및 의견 수렴’ 공문을 발송했다. 여기에는 학급당 학생 수를 현재 일반고 21명, 특성화고 20명 수준에서 2029학년도까지 각각 24명, 22명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지난 11일 사립중고등학교장회에 ‘수용 불가’ 입장을 공식 회신했다. 시교육청은 “학생 수 감소와 무관하게 교육부의 중등교원 정원이 해마다 줄고 있어, 학급 수를 줄이지 않으면 교사 1인당 수업 시수가 과중돼 공교육의 질이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산의 중등 교원 정원은 2022년 61명, 2023년 167명, 2024년 160명에 이어 올해도 111명 감소했다.
문제는 학급당 학생 수 증가 정책이 중·동·서·영도구 등 원도심 일대 학교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더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현재 원도심의 학급당 학생 수는 19명 안팎으로 부산 전체 평균보다 2명 적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확대 방침이 모든 지역에 동일하게 적용되면, 원도심 학교들은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학급당 학생 수가 늘게 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원도심 학부모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원도심을 사랑하는 학부모들의 모임(원사모)’이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부산 중·서·동·영도구 등 원도심 4개 구 학부모 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교실 정원 확대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0.4%(463명)가 반대했고, 찬성은 9.6%(49명)에 그쳤다. 학부모들은 일괄 적용식 정원 확대가 지역 간 교육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학부모는 “원도심 학생들은 사교육이나 방과후 수업 기회도 적다”며 “초등학교 1학년 때 수요 부족으로 폐강됐던 컴퓨터 방과후 수업이 중학교 3학년이 돼서야 다시 열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급당 학생 수가 적어야 교사의 개별 지도가 가능하다. 원도심 학교는 오히려 작기 때문에 더 나은 교육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교육청은 모든 학교에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중등 교원 정원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모든 학교가 함께 감당해야 할 문제”라면서 “8월에 교원 정원이 확정되면 지역별 상황을 고려해 세부적으로 조정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