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5-06-18 09:00:00
“이번엔 좀 더 따뜻한 작품을 기대하십시오. 동시대 도시의 감정 풍경을 무용으로 풀어내는 예술적 시도로, 지역 기반 창작 단체의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현대무용가 박재현이 이끄는 경희댄스시어터의 신작 공연 ‘낭만의 땅’이 오는 21~22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사랑채(백산홀)에서 관객을 맞는다. 부산이라는 공간이 품고 있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사람의 흔적을, 현대무용을 통해 70분간 풀어낼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박재현 무용가의 대표 안무 시리즈 5부작 중 ‘우물가 살인사건-그 곳엔 사람이 산다’(2022년 초연), ‘수선되는 밤’(2024년)을 잇는 세 번째 이야기로, 도시의 기억과 인간의 정서를 탐색하는 현대무용이다. 향후 2편을 더해 총 5부작 시리즈로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공연은 특히 지난해 국립현대무용단의 ‘지역상생 프로젝트’에 박 안무가가 선정돼 선보인 ‘수선되는 밤’ 이후 처음 선보이는 경희댄스시어터의 대형 무대이다. ‘수선되는 밤’은 올해 국립현대무용단 레퍼토리로 초청돼 오는 11월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박 안무가는 “이번 신작은 ‘우물가 살인사건…’에서 시작해 길을 잃은 사람이 ‘파라다이스’에 들어가지 못하고 ‘낭만의 땅’에 들어와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다”며 “사라지는 공간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들의 감정과 추억, 그리고 우리가 놓친 낭만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존재하지 않기에 더 간절한 그 ‘낭만의 땅’은 도시에서 길을 잃은 개인이 기억과 감각을 따라 자신을 회복해 가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낭만의 땅’은 또 단순한 안무를 넘어, 부산의 정서를 시청각적으로 구현하겠다는 게 박 안무가의 당찬 포부다. “현실의 도시와 무대라는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장치와 무용수의 생생한 신체 표현이 관객들에겐 ‘그리움과 감각의 지층’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공연장을 극장이 아닌 백산홀로 정한 데도 이유가 있다. 본 공연은 토·일요일 주말 3회이지만, 무대 설치 등을 고려해 무려 6일을 대관하기 위해서다. 17일부터 무대장치 설치 겸 리허설을 시작했다. 무대 사방으로 인조 잔디를 깔았다. 이것들은 공연 도중 무용수에 의해 이동을 반복한다. 그림 조각을 맞추듯 춤을 추며 하나로 완성해 간다. 정규 공연장이 아니다 보니 조명기기는 직접 준비해야 하는데, 6일씩이나 대여하려니 비용이 만만찮아서 큰맘 먹고 장만을 해버렸다. 이번 공연이 레퍼토리화가 되면 다른 야외 공연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 지원 사업에 선정됐지만, 앞으로를 생각해 과감하게 내린 결정입니다. 무대 공연 횟수가 늘어날수록 작품 완성도 역시 올라갈 테니까요.”
박 안무가는 2016년 자신의 어머니 이름을 딴 경희댄스시어터를 창단했다. 2000년 제18회 KBS 부산 무용 콩쿠르 대상, 2011년 크리틱스 초이스 평론가가 뽑은 젊은 무용가 선정, 2012년 제21회 부산무용제 대상, 2020년 제16회 부산 국제무용제 AK21 국제 안무가 육성 경연 최우수 작품상을 받는 등 부산의 중견 무용가로서 꾸준히 무대에도 오르고 있다.
‘낭만의 땅’은 21일 오후 4시, 22일 오전 11시와 오후 4시 3차례 공연한다. 출연진은 김근영 김라경 방영미 서정애 이제형 정기정 박재현 하이경 홍채영 등 9명이다. 경희댄스시어터 단원도 있지만, 하야로비무용단 단원도 보이고,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이번 작품에 객원 출연하는 새 얼굴도 보인다. 신작은 꾸준히 나오지만, 무용수 구인난이 가속화되는 건 경희댄스시어터도 예외가 아니다. 전석 2만 원. 공연 문의 010-2450-4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