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경계에서, 지구를 마주하다

‘지구 앞에 서다_위태로운 경계에서’
4명의 사진가로 읽는 기후 위기 풍경
6월 14일까지 금샘미술관 전관 전시

북극의 시간과 남겨진 삶…라그나르 악셀손
사라져가는 동물 서식지…마르코 가이오티
경계에 선 인간과 동물의 초상…닉 브란트
소비가 만든 풍경과 그 이면…크리스 조던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6-05-05 13:42:31

금정문화회관 금샘미술관 기획 전시 ‘지구 앞에 서다_위태로운 경계에서’ 선보인 닉 브란트(Nick Brandt)의 'Akessa and Maria on Sofa'(2023). 이 작품은 피지에서 수중 촬영했다. 금정문화회관 제공 금정문화회관 금샘미술관 기획 전시 ‘지구 앞에 서다_위태로운 경계에서’ 선보인 닉 브란트(Nick Brandt)의 'Akessa and Maria on Sofa'(2023). 이 작품은 피지에서 수중 촬영했다. 금정문화회관 제공
크리스 조던의 ‘캡스 쇠라’(Caps Seurat)를 살펴보는 관람객들. 조르즈 쇠라의 명작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를 차용한 이 작품은 40만 개의 병뚜껑으로 만들어졌다. 김은영 기자 key66@ 크리스 조던의 ‘캡스 쇠라’(Caps Seurat)를 살펴보는 관람객들. 조르즈 쇠라의 명작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를 차용한 이 작품은 40만 개의 병뚜껑으로 만들어졌다. 김은영 기자 key66@
금정문화회관 금샘미술관에서 개막한 ‘지구 앞에 서다_위태로운 경계에서’ 선보인 닉 브란트의 작품을 살펴보는 관람객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금정문화회관 금샘미술관에서 개막한 ‘지구 앞에 서다_위태로운 경계에서’ 선보인 닉 브란트의 작품을 살펴보는 관람객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지금, 이 순간도 북극의 빙하는 녹아내리고 있으며,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과 동물이 늘고 있다. 기후 위기라는 절체절명의 현실 속에서도 빙하 위로 스미는 빛과 섬을 감싸는 하늘은 여전히 경이롭고 아름답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기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금정문화회관 금샘미술관이 지난달 7일부터 선보이고 있는 기획 전시 ‘지구 앞에 서다_위태로운 경계에서’이다.

이번 전시는 기후 위기의 현장을 기록해 온 세계적인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 라그나르 악셀손, 마르코 가이오티, 닉 브란트 등 네 명의 작품을 금샘미술관 2층 전시실 1·2와 3층 전시실3 등 전관을 통틀어서 선보인다. 이들의 사진은 파괴와 상실의 징후를 드러내는 동시에, 그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생명의 존엄과 자연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함께 보여준다. 위태로움과 경이로움, 붕괴와 지속, 침묵과 증언이 하나의 이미지 안에서 교차하고 있다.

지난달 금정문화회관 금샘미술관에서 개막한 ‘지구 앞에 서다_위태로운 경계에서’ 선보인 크리스 조던의 '비너스'를 자세히 살펴보는 관람객들. 보티첼리의 명화 ‘비너스의 탄생’을 차용한 이 작품은 24만 개의 비닐봉지로 만들어졌다. 사진 오른쪽이 이번 전시 기획을 맡은 석재현 예술감독.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달 금정문화회관 금샘미술관에서 개막한 ‘지구 앞에 서다_위태로운 경계에서’ 선보인 크리스 조던의 '비너스'를 자세히 살펴보는 관람객들. 보티첼리의 명화 ‘비너스의 탄생’을 차용한 이 작품은 24만 개의 비닐봉지로 만들어졌다. 사진 오른쪽이 이번 전시 기획을 맡은 석재현 예술감독.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달 7일 부산 금정구 금정문화회관 금샘미술관에서 열린 ‘지구 앞에 서다_위태로운 경계에서’ 개막식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달 7일 부산 금정구 금정문화회관 금샘미술관에서 열린 ‘지구 앞에 서다_위태로운 경계에서’ 개막식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전시를 기획한 석재현 예술감독은 “지금, 우리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지구 전체의 위기라는 위태로운 경계 위에 서 있고, 경계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결국 우리의 몫”이라면서 “지구 앞에 선다는 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세계를 다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다시 묻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라그나르 악셀손(Ragnar Axelsson)의 '농부'(1995). 금정문화회관 제공 라그나르 악셀손(Ragnar Axelsson)의 '농부'(1995). 금정문화회관 제공

아이슬란드 출신의 사진가 라그나르 악셀손(1958년생)은 40여 년 동안 북극을 오가며 그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기록해 왔다. 이번에 선보이는 악셀손 사진은 그의 대표적인 사진집 <북극-세상의 끝에서>(Arctic-The Edge of the World)에 수록된 것으로, 지난해 서울에서 첫 국내 공개된 데 이어 부산 전시로 이어졌다. 장엄한 북극 풍경뿐 아니라, 극한 환경 속에서도 자연과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함께 담아낸다. 그의 사진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아름다움은 절망의 끝에서 온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악셀손은 1976년부터 2020년까지 아이슬란드 일간지 <모르귄블라디드>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했으며, 이후 프리랜서로 작업해 왔다. 현재 그는 북극권 8개국에 걸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마르코 가이오티(Marco Gaiotti)의 'Nakuru'(2023). 금정문화회관 제공 마르코 가이오티(Marco Gaiotti)의 'Nakuru'(2023). 금정문화회관 제공

이탈리아의 사진가 마르코 가이오티(1983년생)는 2007년 우연히 남아프리카의 야생 풍경을 접한 뒤 10여 년 동안 지구에서 가장 외딴 지역을 찾아다니며 그들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최근 그의 작업은 환경적 맥락에서 야생동물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확장했다. 그는 동물을 개별적인 피사체로서가 아니라, 그것이 존재하는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낸다. 그의 시선은 동물 그 자체보다 그들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서식지에 머문다. 즉 그의 작업은 동물이 아닌, 동물과 환경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가 무너져가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그의 연작 ‘사라져가는 서식지’(Shrinking Habitats)는 아직 동물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보금자리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 아름다운 풍경이 얼마나 연약한 균형 위에 놓여 있는지를 드러낸다.

닉 브란트의 'Alice, Stanley and Najin'(2020). 금정문화회관 제공 닉 브란트의 'Alice, Stanley and Najin'(2020). 금정문화회관 제공
닉 브란트의 'Najin and People in Fog'(2020). 사진 속 코뿔소는 멸종위기종으로 세계적으로도 몇 마리 남아 있지 않다. 김은영 기자 key66@ 닉 브란트의 'Najin and People in Fog'(2020). 사진 속 코뿔소는 멸종위기종으로 세계적으로도 몇 마리 남아 있지 않다. 김은영 기자 key66@
닉 브란트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닉 브란트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20여 년 동안 아프리카의 야생을 기록해 온 영국 출신의 사진가 닉 브란트(1966년생)는 최근 작업 ‘새벽은 다시 밝을 수 있을까’(The Day May Break)를 통해 기후 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인간과 동물의 초상을 담아내고 있다. 첫 번째(아프리카)와 두 번째(라틴 아메리카) 챕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기후 변화로 심각하게 영향받은 이들이다. 브란트는 인간과 동물을 같은 시간, 같은 프레임 안에서 촬영하고 있는데, 급속히 훼손되어 가는 자연 세계 속에서 서로의 삶을 함께 견뎌내는 듯하다. 특히 멸종 위기에 처한 코뿔소를 다룬 그의 작업은 보는 이에게 깊은 부채감과 경외심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시리즈의 세 번째 챕터인 ‘싱크/라이즈’(SINK/RISE, 2023)는 피지 해안에서 수중 촬영으로 완성됐다. 육지와 바다 사이의 경계에 놓인 낯선 세계처럼 보이는 피지에서의 작업은, 해수면 상승으로 언젠가 닥쳐올지도 모를 미래의 순간을 보여준다. 야생동물과 수중 촬영한 사진 모두, 마치 포토샵을 한 것처럼 경이롭지만, 완벽한 연출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다.

크리스 조던의 '비너스'(2011). 보티첼리의 명화 ‘비너스의 탄생’을 차용한 이 작품은 24만 개의 비닐봉지로 만들어졌다. ‘24만’이라는 숫자는 전 세계에서 10초마다 소비되는 비닐봉지의 양을 의미한다. 금정문화회관 제공 크리스 조던의 '비너스'(2011). 보티첼리의 명화 ‘비너스의 탄생’을 차용한 이 작품은 24만 개의 비닐봉지로 만들어졌다. ‘24만’이라는 숫자는 전 세계에서 10초마다 소비되는 비닐봉지의 양을 의미한다. 금정문화회관 제공
크리스 조던의 'Rock, Water and Time'(2021). 금정문화회관 제공 크리스 조던의 'Rock, Water and Time'(2021). 금정문화회관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앨버트로스’(2018)로 유명한 미국의 사진가 크리스 조던(1963년생)은 지난 20여 년 동안 사진과 개념미술 작업을 통해 대량소비 문화가 지닌 어두운 이면을 탐구하고 있다. 이번 전시 ‘아름다움, 드러나다’(Beauty Emerging)는 인간이 만들어낸 세계와 자연이 지닌 아름다움 사이의 경계를 탐색한다. 조던이 표현하는 아름다움은 상반된 두 가지 모습이다. 먼저 ‘비너스’(2011)라는 작품을 보자. 보티첼리의 명화 ‘비너스의 탄생’을 차용한 이 작품은 24만 개의 비닐봉지로 만들어졌다. ‘24만’이라는 숫자는 전 세계에서 10초마다 소비되는 비닐봉지의 양을 의미한다. 또한 조르즈 쇠라의 명작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는 40만 개의 병뚜껑으로 만들어져 ‘캡스 쇠라’(Caps Seurat, 2011)로 변신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장엄한 풍경처럼 다가오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이 모두 인간의 소비가 남긴 흔적임을 깨닫게 된다. 현재 그는 칠레 파타고니아의 작은 마을에 거주하며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새 프로젝트는 미묘함과 고요, 그리고 침묵에 주목한 작업으로, 새로운 사유와 성찰이 될 수 있는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한편, 평일 오전 10시 30분에 전문 해설과 함께하는 도슨트 투어(40분)가 마련된다. 그룹 씨엔블루의 이정신이 참여한 오디오 도슨트를 통해 주요 작품의 해설을 들으며 전시를 감상할 수도 있다. 전시는 6월 14일까지 열린다. 무료 관람. 문의 051-519-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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