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6-07-06 14:36:01
부산근현대역사관은 본관 지하 1층 금고미술관에서 부산항 개항 150주년을 기념하는 ‘2050 해양수도 부산, 파도를 넘어 미래로’ 전시를 열고 있다. 사진은 이혜선 작가가 설치 작업 '유영하는 조각'을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전시 오프닝에서 참여 작가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전시 공간을 잇는 통로 모습. 금고미술관 제공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 지하 1층 금고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은 ‘기념’이 아니라 ‘진입’의 감각으로 시작된다. ‘2050 해양수도 부산, 파도를 넘어 미래로’는 부산항 개항 150주년을 계기로 마련됐지만, 과거를 정리하기보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간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인다. 부산시립박물관이나 국립해양박물관의 전시가 시간의 축을 따라 부산(항)을 정리한다면, 이곳은 미래를 가정함으로써 현재를 다시 보게 만든다.
거대한 스피커와 모니터가 있는 은박으로 감싼 통로를 지나면 빛이 흔들리고, 파도 소리가 겹친다. 관람객은 항구라는 기능적 공간이 아니라, 감각으로 구성된 ‘플랫폼’ 안으로 들어선다. 전시는 두 파트로 나뉘며, 공예, 디자인, 설치, 조각, 회화, 건축 등 서로 다른 매체를 다루는 9명의 작가가 미래 도시의 단면을 펼쳐 보인다.
이티씨블랭크의 '유리볼에 해안 쓰레기'(2026) 설치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이티씨블랭크의 '유리볼에 해안 쓰레기'(2026) 확대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이민혜 작가의 '바다숲'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이민혜의 다대포 자연 재료 아카이브 설치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설치 작업 '유영하는 조각'을 설명 중인 이혜선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해상정'(2026) 설치 작업을 설명하는 박현우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찌꺼기'(2026) 작업을 설명하는 최혜원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최혜원 작가가 소라 껍데기를 헤드셋으로 전환해 바닷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1부 ‘인간과 바다의 새로운 대화, 부유식 도시’는 해수면 상승 이후를 전제로 한다. 작품들은 ‘지속가능성’을 설명하기보다, 이미 변화된 세계의 일부를 선취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이티씨블랭크(최명지)는 부산 바다에서 수집한 폐기물을 오브제로 재구성해, 버려진 물질에 남아 있는 시간의 흔적을 드러낸다. 이민혜는 목탄, 흑연, 조개껍질로 만든 호분 등 자연 유래 재료를 통해 인공 생태계 속 비인간 존재들을 호출하며, 인간 중심의 시선을 비껴간다. 이혜선은 부표와 어구 같은 해양 폐기물을 금속과 빛의 구조로 전환해 ‘Tide Totem-유영하는 조각’과 ‘손등대’를 선보이는데, 이는 미래 도시의 건축적 단서를 암시한다. 박현우의 ‘해상정’은 철거된 한옥의 고재와 유목으로 구성된 구조물로, 바다 위 거주 공간이라는 상상을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한다. 이 파트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감각의 확장이다. 최혜원은 모래와 문자 ‘철썩’, 그리고 소라 껍데기를 활용해 바다의 소리를 물리적으로 번역하고, 전시장에 울려 퍼지는 파도는 쇠구슬 1만 개의 진동으로 만들어진다.
2부 ‘바다가 여는 새로운 길, 예술의 항구도시’는 시선을 북극으로 확장한다. 스튜디오1750(김영현, 손진희)은 동물도 식물도 아닌 ‘씨앗주머니 꽃’이라는 존재를 통해 생명의 경계를 흐리고, 압축된 비닐 덩어리처럼 보이는 얼음 단면을 병치해 자연과 인공의 뒤섞인 미래를 암시한다. 변대용은 ‘The Gathering’에서 북극곰을 다양한 형상으로 변주하며 상징과 현실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다. 이은정은 부산에서 알래스카, 그린란드, 네덜란드로 이어지는 항로를 파도의 흐름으로 시각화한다. 이는 물류를 넘어 사람과 문화의 이동까지 확장되는 흐름으로 읽힌다. 건축 기반 프로젝트 그룹 갓고다(권이철, 최윤영)의 ‘숨 쉬는 기둥’은 해수면이 상승한 미래의 바다를 입체적으로 구현한 작업이다. 빛과 공기, 물을 순환시키는 구조물 사이를 걷는 경험은, 도시가 더 이상 육지 위에만 존재하지 않을 수 있음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스튜디오1750'의 '블루 아워: 개와 늑대의 시간'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스튜디오1750'의 '박제된 연대기'(2026). 김은영 기자 key66@
변대용의 ‘The Gathering’(2026). 금고미술관 제공
변대용의 ‘The Gathering’ 일부. 김은영 기자 key66@
이은정의 '수평선 너머 이어지는 것들'(2026, 왼쪽)과 '차이 없는 구별'(2017). 김은영 기자 key66@
이은정의 '수평선 너머 이어지는 것들'(2026). 김은영 기자 key66@
갓고다의 '숨 쉬는 기둥' 설치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갓고다의 '숨 쉬는 기둥' 설치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전시를 기획한 이창훈 주무관은 “부산항 150주년을 맞아 미래를 예술로 풀어낸다는 것은 단순한 전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선택이 어떤 미래를 만들지 질문하는 일”이라며 “상상력의 힘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를 사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전시는 개별 작업이 제시하는 ‘미래의 단면’을 하나의 도시적 상상으로 연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또한 북극항로와 해양 환경이라는 거시적 의제가 현재 부산의 구체적 조건과 만나는 접점이 보다 또렷해진다면, 전시는 감각을 넘어 보다 현실적인 사유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월 27일까지 계속될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부산근현대역사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51-607-8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