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스쿨존] 미끄럼 방지 포장, 2년 지나니 브레이크 밟아도 '쭉~'

본보, 미끄럼 저항 성능실험 결과
2년 마모된 도로 마찰력 ‘반토막’
경사로 많은 부산, 안전 더 취약
지자체, 최초 포장 시점조차 몰라
사후약방문식 땜질처방만 반복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2026-07-06 21:00:00

지난 3월 차량 빗길 미끄럼 사고가 발생한 부산 북구 만덕동 상학로 인근 스쿨존 도로에 붉은 색 미끄럼방지포장이 되어 있다. 미끄럼방지포장은 마모 속도가 빨라 마찰력 감소로 안전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3월 차량 빗길 미끄럼 사고가 발생한 부산 북구 만덕동 상학로 인근 스쿨존 도로에 붉은 색 미끄럼방지포장이 되어 있다. 미끄럼방지포장은 마모 속도가 빨라 마찰력 감소로 안전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스쿨존(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미끄럼방지포장이 노후될수록 마찰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끄럼방지포장은 통상 2년이 지나면 성능이 현저히 떨어져, 포장을 하지 않은 일반 도로보다 더 미끄러워진다. 하지만 부산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스쿨존의 미끄럼방지포장은 최초 포장 후 재포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여서 노후 스쿨존이 안전 사각 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비오는 날 미끄럼 정도는 더 심해져, 특히 경사로 스쿨존이 많은 부산은 장마철마다 아찔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경남 김해시의 한 미끄럼방지포장 시공업체. 이날 〈부산일보〉 취재진의 의뢰로 도로 미끄럼 저항성능 실내 실험을 진행한 결과, 규사(미끄럼 저항 골재)를 충분히 살포해 시공 직후 상태를 재현한 미끄럼방지포장 샘플은 젖은 노면에서 80BPN 이상을 기록해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실제 도로에서 장기간 사용하며 규사가 마모·탈락한 노후 상태를 재현한 샘플은 45BPN까지 떨어졌다. 이는 우천 시 젖은 노면에서 운전할 때 실제 제동거리 증가가 체감되고, 급제동이나 급선회 시 사고 위험이 커지는 단계다. BPN은 마찰계수로, 수치가 높을수록 미끄럼방지가 잘되는 것을 뜻한다.

야외 현장에서 진행된 건조 상태 미끄럼방지포장의 미끄럼 저항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4년 전 미끄럼방지포장을 한 부산 강서구 A 초등학교 스쿨존에서 실험을 실시한 결과, 노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부분의 미끄럼방지포장은 70BPN, 노후된 부분은 55BPN으로 측정됐다. 일반 아스팔트 도로는 80~90BPN의 마찰 정도가 상당 기간 지속된다는 것이 업계 이야기다.

실험 결과, 일반 아스팔트 도로보다 2년 경과된 미끄럼방지포장 도로가 더 미끄럽고, 비가 오면 미끄럼 정도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쿨존 조성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미끄럼방지포장은 2000년대부터 전국의 스쿨존과 경사로에 적용됐다. 경찰청과 부산시에 따르면 전국 스쿨존은 1만 6146곳이다. 부산은 16개 구·군에 789곳이 지정돼 있는데, 이 가운데 90% 이상에 미끄럼방지포장이 깔려 있다.

문제는 산복도로와 급경사 구간이 많은 부산의 지형적 특성상, 마찰 성능이 떨어진 노후 미끄럼방지포장이 안전장치가 아닌 오히려 사고 위험을 키우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산의 한 미끄럼방지포장 시공업체 관계자는 “현장을 다닐 때마다 노후화로 성능이 떨어진 포장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전했다.

실제 급경사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북구 만덕동의 한 스쿨존 내 미끄럼방지포장 내리막길에서는 25인승 유치원 통학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져 신호 대기 중이던 승합차와 전봇대를 들이받아 13명이 다쳤다.

상황이 이렇지만 부산 16개 구·군은 각 지역에 설치한 미끄럼방지포장의 최초 시공 시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포장 노후도를 추적·관리할 기본 자료조차 제대로 없었다. 그러다보니 사고가 발생하거나 민원이 발생하면 재포장하는 사후약방문식 땜질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만덕동 스쿨존 사고 사례만 봐도 북구청은 사고 발생 두 달이 지난 5월에서야 내리막 구간 약 80m에 설치된 붉은색 미끄럼방지포장을 걷어내고 검은색 아스콘으로 재포장했다. 부산대 황진욱 도시공학과 교수는 "외형이 멀쩡해 보여도 마찰 성능은 이미 크게 떨어졌을 수 있다"며 "부산처럼 경사도가 큰 도로가 많은 지역은 경사도와 통행량, 마모도 등을 고려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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