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스쿨존] 멀쩡한 외형에 깜깜이 점검, 사고 키우는 ‘미끄럼 방지 포장’

<상> 2년 지나면 더 미끄러운 도로

거친 골재 표면의 기능성 포장
마찰 성능 높지만 내구도 낮아
10년 아스팔트 수명 1/5 그쳐
육안 확인에 의존 사실상 방치
경사도·마모도 고려한 점검을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2026-07-06 20:30:00

지난달 29일 오후 부산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미끄럼방지포장이 된 도로의 마찰계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달 29일 오후 부산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미끄럼방지포장이 된 도로의 마찰계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안전을 위해 설치된 미끄럼방지포장이 짧은 내구연한과 관리 공백으로 오히려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 포장의 실질적인 내구연한은 2년 안팎에 불과하지만, 부산 대부분 지자체는 별도 성능검사 없이 육안 점검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 2년 안팎 수명에, 빗길엔 더 위험

미끄럼방지포장은 표면의 거친 골재를 통해 차량 타이어와 노면 사이 마찰력을 높여 제동거리를 줄이고 안전 주행을 유도하는 시설이다. 일반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 도로 포장 위에 약 3mm 두께의 얇은 도막을 입힌 뒤 규사 등 마찰력을 높이는 골재를 흩뿌려 굳히는 방식으로 시공된다. 포장 주재료에 붉은색 안료를 혼합해 운전자에게 보호구역 진입 사실을 시각적으로 인지시킨다.

문제는 초기 마찰성능에 비해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이 꼽힌다. 포장공사를 발주하는 지자체는 물론 업계와 학계에서도 실사용 내구연한이 2년 안팎에 불과해 성능 저하가 빠르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중구청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국토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관리 지침에 따르면 통상적인 교통량일 경우 미끄럼방지포장의 수명은 24개월로 보고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 연구에서도 미끄럼방지포장의 짧은 수명은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한국구조물진단유지관리공학회에 따르면 미끄럼방지포장의 실질 내구연한은 약 2년으로, 일반 아스팔트 포장도로 수명(약 10년)보다 현저히 짧다.

짧은 내구연한은 마찰골재 탈락이 주된 원인이다. 지속적인 차량 통행으로 반복적인 하중과 마찰이 누적되면 포장 표면의 마찰골재가 마모·탈락하면서 노면 조직이 점차 반들거리는 상태로 변하거나 균열이 생긴다. 일반 아스콘 포장은 마모가 진행돼도 비교적 균일한 표면 거칠기를 유지하는 반면, 미끄럼방지포장은 표면에 부착된 골재층이 벗겨지며 마찰 성능 저하가 더 크다.

비오는 날이면 미끄럼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빗물이 얇은 물막 형태로 노면에 남으면 타이어 접지력이 급격히 떨어져노후 미끄럼방지포장이 오히려 일반 아스콘 포장보다 더 미끄러운 상태로 변하게 된다. 이때 표면의 골재 등 돌출 구조가 마모되면 빗물 배수 기능까지 저하돼 수막이 쉽게 형성되면서 미끄럼 저항성이 일반 포장보다 더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스쿨존 사고 늘어도 ‘땜질식 처방’

미끄럼방지포장이 깔린 노후 스쿨존 급경사지 현장을 오가는 운전자들은 빗길 운전에 불안감을 호소한다. 올해 미끄럼 사고가 난 길을 4년째 운행 중인 한 통학버스 운전자는 “비 오는 날에는 평소보다 훨씬 일찍 감속하고, 최소 20m 전부터 브레이크를 나눠 밟으며 차간거리를 확보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스쿨존 사고 증가세는 노후 미끄럼방지포장 관리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부산 지역 스쿨존 교통사고는 2023년 89건에서 지난해 127건으로 3년 동안 43% 늘었다. 이 중 젖은 노면에서 발생한 사고는 6건에서 10건이 됐다. 같은 기간 전국 스쿨존 내 젖은 노면 교통사고도 125건에서 154건으로 23% 증가했다.

그럼에도 미끄럼방지포장에 대한 지자체의 별도 마찰력 검사나 성능점검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마찰계수 측정은 사고 발생 등 특별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실시된다. 평소 노후도 판단은 담당 공무원의 현장 점검이나 민원 접수에 따른 육안 확인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한 번 시공한 뒤 재포장 때까지 사실상 방치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인덕대 최준성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미끄럼방지포장은 초기 성능만 믿고 유지·관리를 소홀히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급격히 떨어져 오히려 일반 포장보다 더 위험한 노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객관적인 점검 기준과 교체 주기를 포함한 사후 관리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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