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 2025-02-17 17:45:09
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는 국가지정 권역호흡기전문질환센터를 이끌고 있는 주축이다. 현재 12명의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센터에 배치돼 △일반 호흡기질환(만성폐쇄성폐질환, 간질성 폐렴) △감염성 폐질환(폐렴, 폐결핵) △중증의학 호흡기질환(중환자 호흡기 질환) △폐종양(폐암) 등 4개 파트를 분담하고 있다. 특히 폐암 클리닉에서는 폐암의 진단부터 항암치료까지 원스톱 진료가 가능하다. 최근에 냉동 생검기법을 도입해 70~75% 수준이던 폐암 진단율을 90~95%로 크게 향상시켰다.
호흡기내과 엄중섭, 김미현, 김수한 교수로부터 유전자 돌연변이를 활용한 폐암 검진과 표적항암제 효과에 대한 설명을 들어 봤다. 엄중섭 교수는 “국산 표적항암제가 기존 치료보다 생존 기간을 연장한다는 연구 결과가 곧 나올 예정이다.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고 말했다.
-폐암 예방과 조기 검진을 위해 권장하는 저선량 CT 검사 주기는 어떻게 되나.
김미현 교수 “국가 암 검진 사업에서 무료로 시행하는 폐암 검진은 폐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고위험군의 기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현재는 54세 이상 74세 이하의 남녀 중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흡연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루 1갑씩 1년을 피울 때 1갑년이라고 한다. 검사는 저선량 CT를 통해 진행되며 검진 주기는 2년이다. 다만 병원에서는 원칙적으로 폐암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게는 1년에 한 번씩은 저선량 CT 검사를 받아 보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되면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데, 모든 폐암 환자가 돌연변이 검사를 받아야 하나.
김수한 교수 “폐암은 크게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 중 약 15%를 차지하며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에 맞는 표적항암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다. 반면,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약 85%를 차지하며 세부적으로 선암(40%), 편평상피세포암(30%), 대세포암 및 기타(15%)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선암의 경우 유전자 돌연변이 발생률이 60~80%에 이를 정도로 높아 표적항암제 치료의 대상이 되는 환자가 많은 특징이 있다. 모든 폐암 환자가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반드시 받을 필요는 없지만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표적항암제 치료 가능성을 고려하여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환자는 어떤 특성이 있나.
엄중섭 교수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9개 종류의 유전자 변이 검사를 시행하라고 권고하고 있는데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상피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EGFR) 변이다. EGFR 변이의 경우 선암 환자 10명 중 4~5명이 나올 정도로 흔하다. EGFR 변이는 서양인보다는 동아시아인에서 더 잘 나타나고 비흡연자에서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건 EGFR 변이가 호발하는 특성은 맞지만 서양인에서도 나타난다.”
-폐암 치료는 병기에 따라 어떻게 진행되나. 돌연변이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나.
김미현 교수 “초기 폐암의 경우 수술이 원칙이다. 폐암은 1, 2기와 3기 초반에 해당할 때 수술이 가능하다.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른 치료에 차이는 없다. 다만 수술을 못 하는 진행성 폐암, 말기 폐암의 경우 돌연변이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돌연변이 종류에 따라 치료가 완전히 달라진다. 대부분의 돌연변이에서 각 표적항암제가 1차 치료제로 사용된다.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라 표적항암제를 2차에 쓰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가능하다면 1차 치료에서부터 사용한다.”
-돌연변이가 있는 폐암 환자에게는 표적항암제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인가.
김수한 교수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된 경우, 해당 돌연변이에 맞는 표적항암제가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된다. 표적항암제는 일반 항암제보다 특정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삼아 작용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높고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다. 또 대부분의 표적항암제가 알약 형태로 개발되어 있어 환자의 순응도가 높고 장기적으로 복용이 가능하다. 일부 환자는 두 가지 이상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동시에 보유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러한 경우에는 표적항암제 단독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이때는 주된 돌연변이를 기준으로 치료 계획을 수립하되, 동반된 돌연변이가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병용 치료를 결정하게 된다.”
-가장 흔한 EGFR 변이가 있는 경우 어떤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나.
김미현 교수 “질환도 과거보다 더 세세하게 규명되는 부분이 생기고, 치료도 그만큼 함께 발전하고 있다. EGFR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항암제도 1세대, 2세대를 거쳐 3세대 약제까지 개발돼 현재 처방되고 있다. 이중 3세대 EGFR 변이 표적항암제로 오시머티닙이 2018년 1차 치료제로 허가됐다. 이후 2021년 국내에서 개발한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이 2차 치료제로 허가됐고 이어 2023년에 1차 치료제로도 허가됐다.
엄중섭 교수 “레이저티닙의 경우 작년 아미반타맙이라는 치료제와 병용요법으로 미국 FDA의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항암제가 미국에서 허가돼 아주 반가운 일이다.”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시킨 국산 표적항암제 관련 연구 결과가 곧 나올 것이란 소식이 있는데.
엄중섭 교수 “국산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이라고 하는 표적 이중항체 치료제를 병용했을 때 기존 치료보다 생존 기간이 1년여 연장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는 소식이 최근 나왔다. 통상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면 1~2년 내 내성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병용을 통해 내성이 발생하게 되는 시점을 최대한 늘려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존 기간 연장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러한 연구 결과가 3월경 발표된다고 한다. 데이터가 구체적으로 나와 봐야겠지만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국산 표적항암제를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 치료 성적은 어떤지.
엄중섭 교수 “레이저티닙은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오시머티닙과 비교했을 때도 뒤처지지 않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료진으로서 실제로 처방해 봐도 어떤 약제가 더 월등히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오시머티닙은 약제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고 레이저티닙은 뇌 투과율이 좋아 뇌전이에도 아주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환자의 전신 상태와 약제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황에 맞게 처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