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2025-02-17 18:25:29
부산의 건설업 취업자가 2년 새 4만 명이나 급감하며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의 건설업 취업자는 201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는데, 수년 전부터 상황이 악화됐던 부산은 더 이상 줄어들 일자리도 없는 실정이다. 정부가 지역 위주의 대책을 곧 발표할 예정이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방안부터 제외될 전망이라 시작 전부터 맥이 빠지고 있다.
17일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의 건설업 취업자 숫자는 12만 70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 8000명(-12.3%) 줄었다. 2년 전인 2023년 1월에는 건설업 취업자가 16만 7000명이었으니 2년 새 그 숫자가 4만 명이나 감소한 것이다.
지난달 전국의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 대비 16만 9000명이나 감소해 산업분류 개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건설 경기 불황 영향으로 9개월째 줄면서 감소 폭도 커지는 모습이다.
반면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건설경기 불황이 일찍 찾아왔던 부산의 경우 통계적으로 봤을 때 수치가 급감하지는 않았다. 동남지방통계청 관계자는 “부산은 건설업 취업자가 빠질 만큼 빠진 상태로 볼 수 있어 전국 통계와 달리 감소 폭이 크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전문건설협회 왕재성 사무처장은 “민간은 물론 공공 발주 물량도 감소하고 있는 탓에 지역에 건설 일감이 사라지고 있다”며 “가덕신공항 등 대형 인프라 공사에서 일자리가 많이 나와주지 않는다면 업계는 그대로 고사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지방의 건설·부동산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자 정부는 19일께 미분양 해소를 포함한 건설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당초 업계의 예상과는 달리 3단계 스트레스 DSR 유예나 완화 방침이 빠질 전망이어서 실효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대신 지방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시중은행 대비 조금 높게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방 중소 건설사들이 책임준공 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사유를 늘리고, 도과 기간에 따른 채무 인수 범위를 구체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다고 알려졌다.
지역 건설업계는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부산의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무주택 실수요자들 아니고서는 아파트를 사실상 구매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해놓다 보니 지방 건설사들은 계속해서 미분양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의 미분양 보유분에 대한 세금도 현재는 과도해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 건설업계는 준공 주택은 물론 지방 미분양 전체에 대해 취득세 중과를 배제하거나 50%를 감면해 주고, 해당 주택을 5년 이내 양도하면 양도세를 100% 감면해 주는 등 적극적인 수요 진작책을 요구하고 있다.
동아대 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서울이나 수도권 집값 상승을 우려해 지방 건설·부동산 살리기를 차일피일 미뤄왔는데, 이번에도 지금처럼 미온적인 대책만 내놓는다면 업계와 부동산 시장은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며 “다주택자들에 대한 중과세를 지방에 한해서라도 풀어주고 금융이나 세제 혜택도 과감하게 내놓아야 한다. 투자자를 투기꾼으로 바라보는 정책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풀어나가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