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인사이트' 부드러운 혁명 1부…치매 환자 75만 시대, 국내 최초 휴머니튜드 도전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2019-11-21 20:45:00


21일 방송되는 KBS1 '다큐 인사이트'는 '부드러운 혁명 1부 - 나는 나쁜 간호사입니다' 편으로 시청자를 찾아간다.


화만 내던 환자가 웃기 시작했다. 누워만 있던 환자가 걷기 시작했다. 세계 치매 치료의 최전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마법같은 케어법, 휴머니튜드! 국내 최초로 휴머니튜드 도전이 시작된다. 치매 환자 75만 시대, 치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파괴하는 치매! 그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프랑스 치매 케어 전문가 이브 지네스트가 창안한 케어법 ‘휴머니튜드’는 치매 노인을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 돌보는 것이 핵심 철학이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스페인 등 세계 13개 국가가 도입하고, ‘기적’을 일으키고 있는 휴머니튜드 케어법! KBS <다큐 인사이트>에서는 ‘휴머니튜드’를 국내 병원에 최초로 적용해보았다. 2개의 시립 요양병원에서 14명의 중증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60일간의 도전! 두 달 뒤 그들에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혁명’이 시작된다.



▶ 현직 간호사들의 고백 - 우리는 묶는 법부터 배웠습니다


인천의 한 요양병원. 이정례 할머니의 목욕날이 되면 간호사들 사이엔 긴장이 흐른다. 목욕 내내 간호사들을 때리며 소동을 벌이는 이 할머니. 4명의 간호사가 붙어 실랑이를 벌이며 목욕은 겨우 진행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전쟁이 벌어지는 치매 요양병원의 현실. 소통이 되지 않고, 폭력도 서슴지 않는 치매 노인들 때문에 간호사들의 온몸은 맞아서 생긴 상처투성이다. 치매 환자들이 소동을 벌일 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신경안정제를 처방하거나, 환자의 안전을 생각해 묶는 것뿐이다. 환자의 안전과 인권 사이에서의 오랜 딜레마. 눈물이 마를 날 없는 요양병원 간호사들은 이제 방법을 찾고 싶다.



▶ 그들도 성실하고 다정한 부모였다


최수천 할아버지는 치매 병동에서도 가장 케어가 어려운 환자다. 늘 간호사들에게 화를 내고, 심지어 물고 때리는 할아버지. 하지만 그는 평생을 연탄공장 노동자로 성실하게 일해 온 책임감 강한 가장이었다. 지금은 ‘치매 노인’이라 불리는 환자들. 그러나 그들도 생의 한창일 때는 가장 성실한 시민이었으며, 자식을 위해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던 자애로운 부모였다. 그런 부모의 모습을 기억하는 자식들에게 현재의 모습은 가슴 아프기 짝이 없다. 집에서 돌보기엔 위험부담이 많기에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에 부모를 맡겨야 하는 자식들. 현재 75만명의 치매 환자들 중 15만명 이상이 요양시설에서 살아가고 있다.



▶ 일본 대형병원의 반성과 변신


우리보다 20년 일찍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 20년전 일본도 치매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묶어두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문제의식이 제기되며 대전환이 시작됐다. 혁명의 시작은 후쿠오카였다. 10개 대형병원이 환자의 신체 구속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것. 이른바 ‘후쿠오카 선언’이다. 신체 구속을 폐지한 다음날 병원은 아수라장이었다. 하지만, 초기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약속을 지켜온 결과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신체 구속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의 공격성이 줄어들고 간호사들과 관계가 좋아진 것. 걱정했던 낙상사고는 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걸까. 평생을 치매 환자 연구에 매진해온 오이겐 교수는 치매노인들의 심리에 주목한다. 치매 환자들의 이상행동, 그 근원은 현실과 단절감에서 오는 ‘불안감’이라는 것. 그는 치매 환자 케어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과 연결을 이어주는 것이며, 간병인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가장 인간적인 치매 케어법, ‘휴머니튜드’의 발견


일본 고리야마병원의 첫 인상은 특별하다. 텅 비어있는 간호사실. 40명의 간호사들은 모두 환자 곁에 붙어서 케어 중이다. 환자들은 환자복 대신 자유복을 입고 생활하고, 밥도 병실이 아닌 휴게실에 둘러앉아 먹는다. 처음 이 병원에 입원할 당시만 해도, 거동도 못하고 공격적이었다는 맛사지씨. 그는 입원 석 달 만에 걷기 시작했고, 지금은 간호사들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고리야마 병원에서 적용하고 있는 케어 방식은 ‘휴머니튜드’. 프랑스의 치매 전문가 이브 지네스트가 개발한 ‘휴머니튜드’의 기본 철학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다. 환자를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핵심이다. 보고, 말하고, 만지고, 서게 하는 네 개의 큰 축에 150여가지의 기법으로 이루어진 ‘휴머니튜드’. 이브 지네스트는 치매 환자의 공격성은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고 있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 이브 지네스트, 한국에 오다


2019년 6월, 마침내 이브 지네스트가 한국에 입국했다. 인천시에서 국내 최초로 휴머니튜드 케어 워크숍을 열기로 한 것이다. 인천의 두 개 시립 요양병원, 간호사 6명이 휴머니튜드 케어법을 전수받고, 이를 환자들에게 직접 적용해보기로 했다. 워크숍 첫날, 간호사들의 환자 케어 모습을 영상으로 본 이브 지네스트의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치매 치료에 가장 나쁘다는 전형적인 ‘강제적 케어’라는 것. 예상치 못했던 그의 지적에 간호사들의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렇게 시작된 1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간호사들의 휴머니튜드 도전! 두달 뒤, 환자들에게, 그리고 간호사들에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부드러운 혁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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