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 2024-02-25 14:15:49
사상 처음 안방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이 흥행·운영·성적 등 모든 면에서 성공을 거두며 전 세계에 ‘탁구로 하나되는 세상’을 펼쳐보였다.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25일 오후 8시 부산 벡스코 특설경기장에서 열리는 남자단체전 결승을 끝으로 열흘 동안의 열전을 마무리한다.
한국 탁구 100주년의 해에 열려 더 의미가 있었던 이번 부산 대회는 흥행 면에서 대성공이었다. 24~25일 남녀 결승전 티켓이 일찌감치 매진되는 등 열흘 동안 3만 명 이상이 경기장을 찾았다. 입장 수입도 10억 원을 훌쩍 넘겼다.
대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국내 팬들에게도 탁구의 매력을 다시금 일깨웠다.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예선부터 꾸준히 발길이 이어졌다. 24일 중국과의 남자팀 준결승전에서는 열성 중국 팬들의 ‘짜요’ 함성에 맞서 열띤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유튜브 생중계 동시 접속자도 5만 명에 육박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탁구팬 덕분에 벡스코 인근 백화점은 지난해 대비 6배 가량의 매출을 올렸고, 해운대 지역 호텔은 비수기임에도 90% 이상의 예약률을 보였다.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숫자로 가늠할 수 없는 탁구의 가치를 이번 대회를 통해 증명해냈고, 전 세계에 전파했다”며 “흥행의 여러 척도를 넘어선 ‘가치 있는 대회’였다”고 총평했다.
경기 진행과 안전 관리 등 운영 면에서도 훌륭했다는 평가다. 이번 대회는 당초 2020년 열리려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연기·취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재유치에 성공하면서 결과적으로 6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 만큼 매끄러운 진행이 돋보였다. 장내에서 선보인 박진감 넘치는 영상과 음악 등 화려한 무대는 선수와 관중 모두에게 감동을 줬다. 롯데호텔에서 마련한 선수 식당도 47개국 선수단의 호평을 받았다.
경기 시간 한꺼번에 수천 명이 몰리는 상황에서도 큰 혼잡은 없었다. 동선 안내 등을 맡은 자원봉사자 900명의 헌신 덕분이었다.
안전 사고 없이 대회를 마칠 수 있었던 데에는 경찰의 도움도 컸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부산경찰경비안전기획단을 출범해 종합 치안대책을 수립했고, 경기장과 주변 도시철도 역사·백화점 등지에 하루 평균 400명씩 경찰력을 투입해 치안을 강화했다. 부산 경찰을 도와 대구·경남·경북·울산경찰특공대도 선수단 숙소에 상주하며 경비를 맡았다.
김택수 조직위 사무총장은 “한국이 처음 개최하는 이번 세계선수권이 전 세계 탁구팬들에게 역대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가 되게끔 만들고 싶었다”며 “부산 대회를 통해 대한민국 탁구와 세계 탁구의 위상이 한 단계 더 도약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단의 성적도 만족스러웠다. 남녀팀 모두 예선에서 조 1위로 무난하게 16강에 진출했고 남자팀은 대회 4연속 동메달, 여자팀은 8강까지 주어지는 2024 파리올림픽 출전 티켓을 획득했다.
특히 남자팀은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힘입어 준결승전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막판까지 몰아세우는 등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현정화 조직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어느 팀도 중국과 이렇게 흥미진진한 경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경기를 보면서 가슴이 벅찼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대진·변은샘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