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오를 때, 부산 아파트값 전국 최고 수준 하락

올 1~11월 누적 변동률 -2.56%
2년 6개월째 상승 없이 하락세
서울·인천·경기와 디커플링 심화
지역 부동산에 ‘핀셋 대책’ 절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2024-12-03 20:00:00

부산 황령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 연제구와 동래구 일대. 부산일보DB 부산 황령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 연제구와 동래구 일대. 부산일보DB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률이 전국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도권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는데, 지역에서는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동력을 찾기 힘들어 ‘부의 격차’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에 비해 0.06% 하락했다. 서울(0.04%)과 수도권(0.01%)은 상승 폭이 둔화되긴 했으나 오름세를 유지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부산의 아파트값 누적 변동률은 -2.56%로 집계됐다. 이는 세종(-6.18%)과 대구(-4.43%)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하락률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부산의 부동산 시장 성적표는 전국 최하위권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12월 집계가 남기는 했지만, 부산은 2022년 6월 셋째 주부터 무려 2년 6개월째 상승 전환 없이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있어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산의 아파트값은 -8.4%로 17개 시도 중 전국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차지한 바 있다. 대구(-8.27%)와 경기(-6.05%), 울산(-5.59%), 전남(-5.49%) 등이 부산의 뒤를 이어 비교적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은 2%대, 수도권은 4%대의 하락률을 보이며 부산과 동반 하락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4.42%가 올랐고 수도권은 1.89%가 상승했다. 최근 들어 정부의 대출 규제로 수도권의 오름세가 다소 주춤하지만, 지방 광역시는 오히려 하락 폭이 확대되는 등 디커플링 현상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지역에서는 상황을 반전시킬 변수를 찾기 힘들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내년에 금리 인하나 대출 규제 완화, 각종 부동산 부양책 등이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지방 부동산 시장이 상승장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수도권 부동산이 상승하면 시차를 두고 지방 아파트값도 뛰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이 같은 경향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주택 가격에 대해 “수도권은 가격이 유지되고 지방은 2% 하락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동아대 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금리나 정책 등 외생 변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하더라도 지역의 경제 구조가 탄탄하게 잘 갖춰져 있어야지만 실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일자리나 가구당 소득 등 여러 지표가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구매에 나서려는 실수요자를 찾기가 어렵고, 그나마 남아 있는 투자자들은 서울 등 수도권으로 자본을 옮기게 된다”고 밝혔다.

지역 건설·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사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정부의 ‘핀셋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에는 지역 7위 규모의 중견 건설사인 신태양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빠져 기업 회생을 신청하기도 했다.

부산의 한 건설업체 대표는 “지역 곳곳에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막혀 시장이 돌아가질 않는데 정부에서는 별다른 관심도 없는 것 같다”며 “지역별로 금리를 차별화하거나 한시적으로 세제 완화를 하는 등 지역을 살리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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