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4-11-25 11:11:59
이른바 '당원게시판 논란'을 두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김민전 최고위원이 공식 석상에서 정면충돌했다. 친윤(친윤석열)계의 공세에 침묵을 이어오던 한 대표가 25일 "대표직을 흔들겠다는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당 내홍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전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최고위원은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한 대표에게 의혹을 제기했다. 당원 게시판 논란은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김 최고위원은 친윤계로 분류된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당원게시판)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 당직자는 ‘8동훈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언론에서 하고 있다”며 “어떻게 ‘8동훈’이 있는지 알게 됐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당이 ‘한동훈 대표 사퇴’ 같은 글을 (당원게시판에) 쓰는 사람들을 고발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저한테 ‘사퇴하라’고 하는 문자가 많이 와 있다”며 “저한테 문자폭탄 보낸 번호들도 다 드릴 테니 같이 고발해 주시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는 김 최고위원이 발언 이후 “사실관계를 좀 확인하고 말씀하시면 좋겠다. 그런 고발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이 “제가 기사를 봤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런 기사가 났다”고 반박하자, 한 대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날 최고위 회의는 생중계됐다. 공식 석상에서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한 설전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대표는 이날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을 비판한 글을 누가 썼는지 밝히라, 색출하라고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에서 할 수 없는 발상이고, 그 자체가 황당한 소리"라고 말했다. 이어 "익명 당원 게시판은 당이 익명으로 글을 쓰라고 연 공간이고, 거기에선 당연히 대통령이든 당 대표든 강도 높게 비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광범위한 자유가 허용되는 익명 게시판에서 마음에 안 드는 글이라고 (작성자를) 색출하라? 저는 그 요구에 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게 아니면 다음으로 넘어가고, 아니면 다음으로 넘어가서 어떻게든 당 대표인 저를 흔들어보겠다는 의도 아닌가. 그런 뻔한 의도에 말려들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