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도 ‘비상계엄 사태’ 여파 이어져

영화인·단체 대통령 규탄 성명 발표
전국 예술인 5000명은 시국 선언
한강 작가 “계엄 상황 재현 큰 충격”
‘연말 대목 행사’ 차질 우려 목소리도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2024-12-08 15:30:18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문화예술계에서도 적지 않은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문화예술인과 관련 단체들은 대통령 규탄 성명을 내놓았고, 문화 행사 일정이 취소되거나 번복되는 등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한국영화감독조합 등 영화 관련 81개 단체 등 영화인 3007명은 8일 긴급 성명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정무 정지와 파면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영화인들에게 윤석열은 더이상 대통령이 아니라 내란죄의 현행범일 뿐”이라며 “신속하게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키고, 파면·구속하라”고 촉구했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문소리, 박은빈, 김고은 등 2518명의 영화인·77개 영화 단체는 전날에도 성명을 내고 “인문학적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무리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도 망상에 그칠 법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며 “작금의 혼란한 상황을 극복하고, 추락한 대한민국의 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제1의 전제 조건은 대통령 직무수행을 정지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전국 예술인 5000여 명과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한국민예총, 한국작가회의 등 200여 개 단체도 시국 선언문에 연명했다. 이들은 ‘윤석열퇴진예술행동’이란 이름으로 선언문을 내고 지난 6일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12·3 친위쿠데타에 대한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는 퇴행과 야만의 현장을 속속들이 기록할 것”이라며 “권력이 군대를 동원하여 시민을 겁박하는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민과 함께 저항의 현장에서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이후 두문불출했던 한강 작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소회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한 작가는 6일(현지시간) 스웨덴 노벨상박물관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기 위해 당시 계엄 상황을 공부하긴 했지만, 이런 상황이 21세기에도 재현될지 몰랐다”면서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했다.

곳곳에서 예정됐던 문화예술 행사는 취소되거나 일정을 번복하는 등 현장 혼란도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 주연인 서현진은 인터뷰 일정을 연기했고, 송강호는 예정했던 라디오 출연을 취소했다. 가수 이승환은 4일과 5일 이틀간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예정했던 단독 콘서트를 취소했다가 재개를 알렸다. MBC와 SBS 등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 송출을 중단하고 뉴스특보 체제에 돌입했다.

문화계에선 향후 정국에 따라 공연, 콘서트, 페스티벌 등 대형 행사와 연말 대목을 겨냥한 신작 마케팅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 어떻게 대응할지 막막하다”며 “연말 콘텐츠 공개를 앞두고 마케팅을 이미 시작했는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 일단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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