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동문학 부문은 356명이 동시 798편, 동화 146편을 응모하였으며 부산 경남권뿐 아니라 수도권과 해외에서까지 응모를 해와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대한 열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동시와 동화가 가진 장르적 성격이 완전히 다른데 아동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해서 한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해야 하는 일은 참 곤혹스러웠다. 심사위원 두 명은 동시와 동화 분야의 작품을 나눠 읽고 각 분야에서 2편을 최종심에 올려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설득력을 가진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자고 합의하였다.
동화의 경우 많은 편수에 걸맞게 소재도 다양했다. 생활동화가 주류였으나 마녀 이야기에서 AI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판타지가 시도되었다. 그러나 유리벽에 꺾여지는 화살처럼 판타지 진입에 대부분 역부족이었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달려라 거짓말!’과 ‘친절한 도빈치’였다. ‘달려라 거짓말!’은 깔끔한 문체로 술술 읽히는 재미성을 확보하였지만 소품이었다. 마지막까지 당선 동시와 겨룬 작품은 ‘친절한 도빈치’인데 구조가 촘촘하고, 어린이 세계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으며 엄마의 아픔과 부재가 주는 두 아이의 연대가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동시의 경우 응모 편 수도 많았고 예년보다 수준 높은 작품이 여럿 눈에 띄었으나 기존 동시의 문법을 답습하는 경우나 시의 본령인 함축성을 외면한 시, 이미지나 메시지가 불분명한 시들을 제외하고 두 편을 최종심에 올렸다. ‘미운 별’은 할머니의 퇴행성 관절염을 미운 별에 비유한 점이 신선했고, 노인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는 시의성도 적절했다. 또한 쉬운 시어로 공감을 확보하였지만 함께 보내온 다른 작품의 수준이 일정하지 못했다.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된 ‘범선 한 척’은 장애가 있는 청년의 구직문제를 조명하며 암울한 현실을 희망차게 묘사하였다. 또한 장애인이 지나가는 거리 모습에서 ‘홍해 갈라지듯’이라는 기발한 비유를 가져왔으며 시의 형식에서도 실험성이 돋보였다. 보내온 5편이 모두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여 어느 작품을 당선작으로 해도 손색이 없었다. 동시단에서 큰 역할을 기대해도 좋을 신인의 앞날에 문운이 가득하길 빈다.
심사위원 배익천 동화작가, 박선미 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