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2024-12-31 17:46:08
수년간 신차 부재로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한국시장 철수설’까지 나돌았던 르노코리아가 최근 3년새 주목할만한 실적을 내고 있다. 르노그룹 내 ‘찬밥’ 취급을 받던 부산공장의 중요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2022년 3월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이 부임한뒤 신차개발 프로그램 ‘오로라 프로젝트’가 성공하고 있고, 영업실적 확대와 노사관계 개선 등 다방면의 노력들이 좋은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31일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3만 2738대가 팔렸다. 이는 전년 동기 2만 454대 대비 60.1%나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판매량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 9월 출고를 시작한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이하 그랑 콜레오스)’ 인기 덕분이다. 1.5 터보 가솔린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모델과 2.0 터보 가솔린 모델이 출시중이다.
르노코리아 내수는 지난 2016년 11만 1101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엔 2만 2048대로 바닥을 찍었다. 이는 지난 2020년 3월 국내 출시된 ‘XM3’(현 아르카나) 이후 4년간 신차가 없었던 것과 무관치 않다. 영업이익도 드블레즈 사장 취임전인 2021년 81억 원에 불과했으나, 2022년 3월 취임후 수출 확대 등으로 2년 연속 1848억 원, 1152억 원을 기록했다.
초기 판매에 성공한 그랑 콜레오스는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이다. 당시 신차 부재에 시달리던 르노코리아가 신차 개발 전문가인 드블레즈 사장을 만나면서 빛을 발한 것이다. 드블레즈 사장은 지난 2005년 선행기술 엔지니어링 매니저로 르노 그룹에 합류한 이후 중남미와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신차 개발 프로그램 전문가로 경력을 쌓아왔다.
드블레즈 사장은 지난해 그랑 콜레오스를 시작으로 매년 친환경 신차를 출시해 판매실적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에는 르노의 전기차 ‘세닉 E-테크 일렉트릭’을 수입해 국내 출시하고, 내년 초엔 중·대형급 하이브리드 신차(오로라2)를 내놓고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한다. 2027년 출시 예정인 전기차 모델 ‘오로라3’ 프로젝트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르노그룹이 한국시장 투자에 인색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드블레즈 사장은 부산공장에 대한 투자 계획도 구체화했다. 그는 지난해 3월 부산시와 미래차 생산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2027년까지 모두 1조 5000억 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드블레즈 사장은 르노코리아의 글로벌 수출 허브 역할 확대를 위한 다음 단계로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 4’를 올 하반기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한다. 과거 북미수출용 SUV 닛산 ‘로그’를 생산했던 것처럼 부산공장의 안정적 가동에 힘을 실은 것이다. 지난해 4월에는 르노의 사명과 공식 엠블럼도 바꿨다.
이 같은 활약 덕분에 드블레즈 사장은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 주최의 ‘2024년 외국기업의 날’ 기념식에서 산업포장을 수상했고, 12월엔 한국자동차기자협회에서 주는 산업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드블레즈 사장은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시상식에서 “기술과 디자인에서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신차를 개발하겠다는 일념으로 그랑 콜레오스를 출시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서 “앞으로 오로라 프로젝트를 통해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