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2025-01-26 23:13:05
‘12·3 비상계엄’을 주도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기소 됐다. 비상계엄 선포 54일 만이고, 현직 대통령이 기소된 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26일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검찰 특수본은 “법원의 납득하기 어려운 2회에 걸친 구속기간 연장 불허 결정으로 인해 피고인 대면조사 등 최소한도 내에서의 보완 수사조차 진행하지 못했다”며 “특수본이 그동안 수사한 공범 사건의 증거자료, 경찰에서 송치받아 수사한 사건의 증거자료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피고인에 대해 기소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구속 이후 사정변경이 없어 여전히 증거인멸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1차 구속기간 만료 전, 피고인에 대한 경찰 송치 사건과 공수처 송부 사건의 범죄사실 중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헌법 제84조)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내란우두머리 혐의에 대해서만 구속기소 했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수사와 기소를 요구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기소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날 심우정 검찰총장 주재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사건의 처리 방향을 논의한 이후 윤 대통령 구속기소를 결정했다. 검찰은 현직 대통령 기소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보니 수뇌부 전체가 모여 구속기소 여부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검찰 수뇌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한 번 없이 구속기소 결정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수뇌부 회의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간의 수사 경과 등으로 판단할 때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할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중요임무종사자 등의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 등을 종합할 때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할지, 석방할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한 때에는 10일 이내에 기소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 지난 23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로부터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서울중앙지법에 두 차례에 걸쳐 구속 기간 연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모두 불허했다. 법원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무나 범위에 대해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등을 근거로 들며 연장을 허가하지 않았다.
검찰 역시 향후 공소 유지 등에 대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 통상 검찰이 피고인 대면조사 없이 기소를 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향후 재판에서 공소 유지를 해야 한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지금까지 확보한 관련자 진술과 증거만으로도 충분히 공소유지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검찰이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한 데 대해 불법이자 편법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여전히 국가원수인 대한민국 대통령을 불법에 편법을 더해 구속기소한 현 상황이 너무도 야속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야 반응도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에서 “잘못된 부실 기소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검찰의 부실 기소로 인해 헌정사 초유의 현직 대통령 수사가 국론 분열과 국민적 혼란이라는 ‘거대한 후폭풍’만 불러오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수괴 단죄가 이제 시작된다. 불법 계엄을 모의하고 실행한 일당은 물론, 유언비어를 유포하며 내란을 선동한 자들까지 모두 죄를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