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거절에 전문의도 전무… 치료 기다리다 다시 중독될 판 [마약, 처벌 넘어 치유로]

2. 중독자에겐 병원도, 의사도 없다

중독자 스스로 끊을 수 있단 착각
단순 복용자 병원서 치료가 우선
중독 초기 회복 가능한 골든타임
치료 기관 전국 31개·부산 2개뿐
부산엔 마약 중독 전문의도 없어
예산 지원·재활 인프라 구축 시급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2025-02-24 18:15:23

마약 중독자는 초기에 1년 6개월 정도 약물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부산을 포함한 전국 주요 지역에는 마약 중독자 치료와 재활을 담당할 의료 인력과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어도비 포토샵 AI 이미지 생성 마약 중독자는 초기에 1년 6개월 정도 약물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부산을 포함한 전국 주요 지역에는 마약 중독자 치료와 재활을 담당할 의료 인력과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어도비 포토샵 AI 이미지 생성

마약중독은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범죄이자 질병이다. 마약중독은 강력범죄에 속하면서, 동시에 한국표준질병에 코드가 등재되어 있는 질병이다. ‘T40’, 마약 및 정신이상약(환각제)에 의한 중독으로 분류된다.

마약중독은 범죄가 분명하지만 기존의 방식대로 범죄로만 취급하면 해결법은 신고와 처벌 뿐이다. 치료와 재활이 없으면 마약사범은 교도소를 출소하자마자 다시 마약을 찾게 된다. 그래서 ‘한 번 중독자는 영원한 중독자’라는 말도 생겼다.

■범죄이자 질병, 이젠 치료 관점 필요

중독자 대부분은 마약을 스스로 끊을 수 있다고 착각을 한다. 마약을 처음 접했을 때, ‘얼마든지 내 의지로 끊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스스로 갈망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몸과 마음이 다르게 움직이고 한마디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

중독자들은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스스로 중독 상태임을 인정하지 않고 그것을 인지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그러다 사법기관의 수사를 받아 법적인 제재가 가해지면 그제서야 중독 상태를 인정한다.

양선영 기독교마약중독연구소 소장은 “약물로 인해 법적 제재가 처음 가해질 때가 가장 빠른 치료 기회라고 보면 된다. 마약 공급책은 엄벌에 처해야 하지만 단순 복용자는 교도소로 보내기 전에 병원과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마약을 끊기 위해선 개인 의지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중독자의 뇌가 어느 정도 갈망을 이겨낼 정도의 회복 기간은 최소 1년 6개월 정도인데 이 기간에는 반드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조성남 서울시 마약관리센터장은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회복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좋은 편이다. 일정 기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재활센터나 치료 공동체에서 단약에 필요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받아줄 병원도, 전문의도 없다

막상 마약 중독자가 단약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치료와 재활을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마땅치 않다. 정부 지정 마약중독 치료보호기관은 2024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에 31개 의료기관이 지정돼 있다. 부산은 부산의료원과 부산시립정신병원 2곳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백종헌 의원실이 입수한 마약중독 치료보호기관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부산의료원에서 보호 치료를 받은 마약류 환자는 1명, 부산시립정신병원은 4명에 불과했다.

대검찰청 ‘2024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국에서 검거된 마약류(마약, 향정, 대마) 사범은 2만 3022명이었다. 이 중 부산 마약사범은 1427명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이들 중에서 부산의료원과 부산시립정신병원에서 총 5명, 부산 마약사범의 0.35% 정도가 입원 치료를 받은 셈이다. 그외에 외래 진료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치료받는 것을 포함하면 1% 정도가 치료를 받고 있을 것으로 관련 학회에서는 추정한다.

일반 병원은 물론이고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된 두 곳에서도 마약 중독자 입원 치료를 꺼린다. 일반 정신병 환자들과 마약 중독자들이 섞이면 치료 환경이 훼손돼 기존 환자들이 나가버리기 때문이다. 부산의 치료보호기관 관계자는 “마약 중독 치료 전문의는 한 명도 없고 예산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마약 중독자들을 치료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많다. 입원 치료는 거의 불가능하고, 경증이고 통제 가능한 환자인 경우에만 외래 진료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의사들은 마약 중독자들이 일반 정신병 환자보다 10~20배 이상 치료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만 해놓고 치료는 알아서 하라는 식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현재 부산에는 마약 중독 전문의가 한 명도 없다. 일은 힘들고 보상 체계도 없는 상황에서 이 분야를 지원하는 의사가 없을 수밖에 없다.

이선민 기독교마약중독연구소 이사장은 “마약 중독자가 재발이 되면 즉각 병원에 가서 해독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치료를 받아주지 않고 갈 곳도 없으면 중독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다. 마약의 끝은 죽거나 폐인이 되는 것이라는 말이 안 나오게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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