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2025-02-24 18:05:16
다음 달 4일 국내 첫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ATS)가 출범한다. 증권 매매·중개 등 관련 업무에 복수 거래소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거래 전반에 지각변동이 예상되면서 투자자와 증권사, 한국거래소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ATS가 출범하는 다음 달 4일부터 한국거래소를 통해 주문(온라인 기준)이 체결되면 0.147%, ATS에서 체결되면 0.146%의 수수료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ATS가 증권사에 매기는 수수료가 한국거래소보다 최고 40% 낮은데, 금융당국이 이 수수료 차를 고객 수수료에 반영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사들도 역시 이달 중으로 ATS 도입에 따른 수수료를 발표할 예정인데, ATS 수수료가 한국거래소 수수료보다 더 낮게 책정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투자자의 직접적인 수수료는 한국투자증권 기준으로 0.001%포인트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증권 모바일 앱에서 10만 원어치의 주식을 주문할 경우, 주문이 한국거래소에서 체결됐다면 수수료는 147원이고, ATS는 146원이다. 10만 원당 1원 꼴이다. 하지만 두 거래소는 조금이라도 더 거래 비용이 낮아야 물량을 끌어올 수 있는만큼 0.001% 차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TS가 수수료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만큼 같은 가격의 호가가 있는 종목에 대해선 ATS로 주문이 갈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한국거래소의 거래 수수료 수입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증권사는 이달 초부터 증권사에서 두 거래소 중 수수료가 낮은 곳으로 주문을 넣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약정인 최선 집행 의무를 투자자에게 공지했다. 투자자가 개별적으로 거래소를 선택할 수도 있는데 두 경우 모두 거래 비용이 낮은 ATS로 거래가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거래 수수료는 3825억 원인데 ATS 출범 관련 법에 따라 ATS의 거래량은 한국거래소의 15%로 제한되는 것을 고려해도 단순 계산하면 연간 570억 원 수준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역의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ATS로 거래가 몰릴 경우 거래소도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거래소가 수익원 다양화 등 변화를 시도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은 업계 전반에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ATS 출범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총 12시간 주식 거래가 가능해졌다. 주간 거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20분까지로 사실상 동일하다. 시간외 거래에서만 오후 8시까지인 ATS가 오후 6시인 한국거래소보다 2시간이 길다. 우선 대형 증권사 위주로 15개 증권사가 ATS 출범 당일부터 전체 시장 참여 의사를 밝혔고, 중소 증권사들은 주간 거래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오는 9월이면 전체 시장 참여 증권사가 총 32개사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거래 가능 종목 수도 점차 늘어 4월부터는 800개 종목으로 사실상 코스피, 코스닥 주요 종목은 모두 거래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