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교사들, 연차 쓰고 사비 내면서 체험학습 사전답사 간다”

교사노조 “사고 나면 교사 책임”
교사 55% 체험학습 원하지 않아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2025-04-07 18:22:20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지역 교사들이 학생 안전을 위해 의무화된 교외체험학습 사전답사를 출장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개인 휴가나 주말을 활용하고 사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안전 사고가 나면 법적 책임은 온전히 교사에게 돌아가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 한 중학교 교사 A 씨는 최근 교외체험학습을 앞두고 학생들과 이동할 경로와 체험 장소의 안전 시설을 미리 점검하기 위해 사전답사를 계획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보고받은 교장은 “힐링하러 가는 거 아니냐”며 핀잔을 줬고, 별도 수당 지급이 어렵다며 출장으로 인정도 하지 않았다. 결국 A 씨는 연가를 써서 개인 시간과 비용으로 답사를 다녀와야 했다. 그는 “학생 안전을 위한 일인데도 놀러 가는 사람 취급받았다”고 털어놨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사 B 씨는 수학여행 사전답사를 가야 했지만 평일 업무와 학교 분위기상 출장을 내기가 어려웠다. 결국 휴일에 사전답사를 다녀 오느라 주말을 꼬박 보냈다.

부산교사노동조합은 7일 입장문을 내고 “부산 대다수 학교장이 교사에게 교외체험학습 안전을 챙기라면서도 사전답사는 막고 있다”면서 “말로만 안전을 강조하는 학교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교외체험학습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솔 교사는 ‘집행유예’만 받더라도 교육청 징계로 ‘파면’ 조치를 당한다. 이는 임용 결격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해당 교사는 다시는 교육 관련 직업에 종사할 수 없다. 반면 교외체험학습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학교장은 대부분 현장에 동행하지 않는다.

이런 법적 부담 때문에 부산 교사들 대부분이 현장체험학습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 2월 노조가 부산 지역 교사 10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교사 중 55%가 현장체험학습 실시를 원하지 않았다. 주요 이유로는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한 부담과 법적 책임을 꼽았다.

노조는 지난 4일 새로 취임한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에게 조만간 면담을 요청해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 2월 28일 최윤홍 전 부산시교육청 권한대행과 만나 교외체험학습 TF팀 구성 등을 의논했지만, 교육감 선거로 인해 관련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보고 있다.

노조 김한나 위원장은 “현장에선 체험학습을 하라고 하면서도, 정작 사전답사나 준비 과정은 교사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교사들이 최소한의 안전사고에 대비할 시간과 비용은 물론, 법적 소송에 대한 지원도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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