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5-04-15 10:00:09
“진심으로 소통하면 못 해낼 게 없더라고요. 이 작품을 하면서 진심의 중요성을 크게 깨달았어요.”
배우 이제훈(41)은 요즘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년이면 데뷔 20년을 맞는 그는 최근 드라마 ‘협상의 기술’을 마치고 차기작 두 편을 동시에 촬영 중이다. 누군가는 지친다고 할 수 있지만, 이제훈은 이 시기를 “고맙고 설레는 시간”이라 표현했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제훈은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협상의 기술’에서 배운 점을 되새기며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이 ‘협상의 기술’에서 맡은 ‘윤주노’는 기업 인수합병 현장의 최전방에서 협상을 이끄는 전문가다. 겉으론 차분하고 정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진심과 전략을 동시에 품고 있다. 이제훈은 이 캐릭터를 연기하며 여러 가지를 배웠다고 했다.
“저도 사람인지라 감정이 앞설 때가 있어요. 억울하거나 속상하면 표정이나 얼굴이나 말투에 티가 나죠. 그런데 윤주노는 그러지 않아요. 감정에 동요되거나 휘둘리지 않잖아요. 상황을 길게 봤을 때 그래야 좋다는 걸 이 친구를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이제훈은 윤주노의 외형을 빚기 위해 매 촬영 전 3시간씩 분장을 했다고 말했다. 백발에 얇은 테 안경 등 ‘특수분장’에 가까운 분장을 했다고. 그는 “분장을 하다 보면 머리에서 열도 났다”며 “어려운 점은 있었지만, 이 인물을 보여주는 데 중요한 작업이라 완성된 모습을 보면 기쁘고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평소 안경을 쓰지 않는 이제훈은 안경을 고쳐 쓰는 윤주노의 습관을 보여주며 캐릭터를 더 잘 표현하려고 했다. “분장이 쉽진 않았어요. 그런데 그 외형이 주는 힘이 있더라고요. 백발의 자연스러운 느낌은 나이 들어서나 할 수 있는 건데, 이걸 지금 해볼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분장팀과 제작진 덕분에 가능한 거였죠. 안경 고쳐 쓰는 디테일 하나하나도 윤주노의 무기가 됐고요.”
지금 그는 드라마 ‘시그널2’와 ‘모범택시3’를 동시에 촬영 중이다. 전작의 성공에 힘입은 시즌제 후속작이다. 이제훈은 “처음부터 이 작품들이 시즌제를 기획한 건 아니다”며 “‘시그널’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었는데 이제 그 답을 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했다.
‘모범택시’ 새 이야기도 곁들인다. “이번에도 꽉 찬 이야기예요. ‘사이다’ 같은 이야기라 여태까지 받은 스트레스를 좀 날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액션이 많은 작품이라 체력적으로는 쉽지 않은데, 대본이 너무 재미있어서 정신이 번쩍 나요.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진짜 행복해요.”
이제훈은 자신을 ‘가성비 좋은 배우’라며 겸손한 말을 내놨다. 그는 “가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며 “배우를 평생 하고 싶기 때문에 계속 진실한 마음으로 연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나오는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가면 인간 이제훈으로서도 굉장히 행복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요즘 무엇에 집중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잠시 웃더니 이렇게 답했다. “건강이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먹는 것도 조심하고 있어요. 요즘 올리브오일이 건강식으로 유행이더라고요. 아침엔 녹즙에 올리브오일 뿌리거나 토마토주스에 올리브오일을 뿌려 마셔요. 팔굽혀펴기나 윗몸 일으키기, 턱걸이 같은 맨몸 운동도 매일 빠짐없이 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 연기하고 싶습니다.”